이번 기획기사는 ‘찬송에 대하여’입니다. 기독교인들은 누구보다 노래를 잘 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찬송을 많이 불렀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흥얼거리는(?) 찬송이 우리의 고백을 제대로 담고 있을까요? 찬송도 고백이라는 관점에서 찬송에 관해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고대로부터 찬송과 고백이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노래가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강력한 힘이 있는데, 진정한 찬송을 통해 교회의 하나됨과 신앙의 활력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집장 주-
목사의 직무 중 '찬송을 지도하는 일'에 관하여
손재익 목사
(한길교회 담임)
서론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는 우리 마음대로 드릴 수 없다. 바르게 드려야 한다. 경건함과 두려움(with reverence and awe)으로 임해야 한다(히 12:28). 이를 위해 목사는 1주일 내내 설교 준비와 예배 준비에 힘쓴다. 기도하면서 본문을 선택하고 설교문을 작성한다. 그리고 예배 순서 중 하나인 ‘목회기도’를 위해서도 준비한다.1) 회중들도 마찬가지다. 1주간 동안 각자에게 허락된 (소명으로서의) 직업과 삶 속에서 충실한 삶을 살고, 주일에 있을 목사의 설교를 위해 기도함으로 예배를 준비해야 한다. 예배는 주일 오전에 시작되기에 앞서 이미 한 주간 모든 성도(목사와 회중 모두)의 삶 속에서 미리 준비되어야 한다(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21장 제8절;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제117문답).
예배의 한 요소인 찬송도 마찬가지다(고전 14:15; 엡 5:19-20; 골 3:16). 찬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찬미의 제사요 입술의 열매다(히 13:15). 찬송은 예배 행위이다. 그렇기에 찬송을 잘 드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준비 없이 찬송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목사의 직무가 중요하다. 목사는 설교 본문을 선택하듯, 예배 중에 부를 찬송도 선택한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목사는 교인들에게 찬송을 가르쳐야 한다. 찬송을 지도하는 것은 목사의 중요한 직무 중 하나다.
본론
목사의 직무에 포함된 ‘찬송을 지도하는 일’
대한예수교 장로회(고신) 헌법 교회정치 제5장 목사 제41조(목사의 직무) 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1. 교인을 위하여 기도하는 일, 2. 하나님의 말씀을 봉독하고 설교하는 일, 3. 찬송을 지도하는 일, 4. 성례를 거행하는 일, 5. 하나님의 사자로서 축복하는 일, 6. 교인을 교육하는 일, 7. 교인을 심방하는 일, 8. 장로와 협력하여 치리권을 행사하는 일.”
위에 언급된 직무들은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다. 목사가 교인을 위해 기도하는 것(롬 1:9), 하나님의 말씀을 봉독하고 설교하는 것(딤전 4:13; 딤후 4:2) 성례를 거행하는 것(마 28:19), 교인을 교육하고(딤전 4:13; 딤전 5:17), 심방하는 일(행 15:36; 20:20), 장로와 협력하여 치리권을 행사하는 일(살전 5:12; 딤전 5:17) 등은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고, 성경이 분명 가르치는 일이며, 오늘날 목사들이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 제3항에 언급된 “찬송을 지도하는 일”은 낯설다. 목사가 찬송을 지도하는 일을 별로 본 적이 없다. 목사들 중에서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들은 일이 거의 없다. 찬송을 지도할 줄 아는 목사도 많지 않고, 왜 이 직무가 포함되어 있는지를 아는 이도 많지 않다.
그래서 인지 예장 고신 헌법에 “찬송을 지도하는 일”이라고 표현한 것을 장로교 다른 교단인 합동(2006년판) 헌법 교회정치 제4장 제3조 제1항, 합신(2010년판) 헌법 교회정치 제5장 제3조 제1항에서는 “찬송하는 일”이라고 되어 있는데, 목사만 찬송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찬송하는 일’이라고 된 것은 아마도 “찬송을 지도하는 일”이라는 표현의 ‘잘못’(誤記)으로 보인다.
목사가 찬송을 지도해야 한다는 것은 예장 고신 헌법의 독특한 표현이 절대로 아니다. 장로교 헌법과 질서를 잘 설명하고 있어서 헌법에 준하는 참고도서로 사용되는 J. A. Hodge의 교회정치문답조례 제145문답에는 “다른 예배순서도 그러하듯이 목사가 찬송을 지도해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에 근거해 비록 합동과 합신 헌법이 ‘찬송하는 일’로 잘못 표현하고 있지만, 목사가 찬송을 지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교회 역사를 통해 드러난 바른 찬송관
그렇다면 왜 목사가 찬송을 지도해야 할까? 목사의 직무 중에 이 일이 포함된 이유가 무엇일까?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회 역사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중세교회는 어느 특정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부분에 있어서 타락하였으니 찬송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중세교회의 성도들은 바른 찬송을 부를 수 없었다. 크게 2가지 이유인데, 첫째는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언어로 찬송을 불러야 했기 때문이다. 둘째는 회중들은 찬송을 부르는 일에 참여하지 못하였고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자들, 즉 찬양대만이 찬송을 부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종교개혁자들은 그 잘못을 지적하고 찬송의 위치를 바르게 회복시켰다. 대표적인 개혁자 칼뱅은 에베소서 5:19 “시와 찬송과 신령한 노래들로 서로 화답하며 너희의 마음으로in your heart 주께 노래하며 찬송하며”라는 말씀에 기초하여 ‘온 회중’(너희)이 찬송해야 하며, ‘마음을 다해’ 주님께 찬송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회중은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불러야 한다고 보았다.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부르는 노래는 절대로 ‘마음을 다할 수’가 없다고 보았다.
여기에서의 핵심은 2가지다. 첫째, 온 회중이 다함께 찬송해야 하며, 둘째, 찬송을 부르는 주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찬송을 불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개혁자들이 특히 강조한 것은 찬송은 반드시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in the heart 것이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찬송을 부르는 주체인 회중들이 찬송의 가사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렇지 않고 그저 목과 입술로만 부르는 찬송은 찬송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이름을 남용하는 것이며 하나님의 존엄성을 조소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종교개혁자들의 이러한 생각은 장로교 예배의 근간이 되는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에 나오는 아래의 내용이 잘 드러나 있다.
시편찬송에 관하여 (Of Singing of Psalms)
회중이 함께 공적으로 모인 자리에서나 또한 사적으로 가정이 모인 자리에서 시편찬송으로by singing of psalms 하나님을 찬송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의무이다.
시편으로 찬송할 때에, 목소리는 곡조에 맞게 엄숙하게 해야 하며, 가장 주의해야 할 것the chief care은 가사를 이해하고with understanding 마음에서부터 은혜로with grace in the heart, 주님께 노래해야만 하는 것이다.
온 회중이 다함께 참여해야 하므로 글을 읽을 줄 아는 모든 사람은 시편찬송가를 가지고 참여할 것이요, 나이나 다른 이유로 글을 읽을 수 없는 이들은 글을 읽는 법을 배우도록 권면한다to be exhorted. 그러나 현재로는 회중의 많은 수가 글을 읽지 못하므로, 목사나 혹은 목사와 다른 당회원the other ruling officers에 의해 임명된 다른 적합한 사람으로 하여금 찬송을 부르기 전에 한 줄씩 시편을 읽는 것이 좋다.
위에 잘 언급된 것처럼, 찬송을 부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가사를 이해하고 그 이해에 기초하여 마음에서부터 은혜로 찬송을 불러야 하는 것이다.
찬송의 가사를 이해하지 못하고 찬송을 부르는 것은 주문을 외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가사의 뜻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마음을 다해서 불러야 한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찬송이 아니면 바른 찬송이라 할 수 없다.
찬송연습
찬송의 가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찬송해야 한다는 것이 강조되다보니 자연스럽게 등장하게 된 것이 ‘찬송연습’이다. 찬송의 가사를 바르게 이해하고 마음을 다해 부르며, 무엇보다도 찬송을 연습해야 한다는 사실은 장로교(고신, 합동, 합신) 헌법의 예배모범에도 잘 나타난다.
대한예수교 장로회(고신) 헌법(2011년판) 예배지침 제9조(공동의 찬송)에 보면 이런 문구가 있다.
“찬송은 구원받은 신자의 당연한 의무이며 은혜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다(히13:15). 성도들은 찬송을 부를 때 그 가사의 뜻을 충분히 이해하고 곡조에 맞추어 마음을 다해야 하며, 연습을 충분히 하여 하나님께 영광이 되도록 하는 동시에 온 교회가 다함께 불러야 한다.”
대한예수교 장로회(합동) 헌법(2006년판) 예배모범 제4장 ‘시와 찬송’의 제2항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하나님을 찬송하는 노래를 부를 때는 정성으로 하며 그 뜻을 깨달으며 곡조에 맞추어 주께 우리 마음을 다해야 할지니 음악의 지식을 연습하여 우리의 마음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동시에 또한 우리 음성으로도 하나님을 찬송하는 것이 옳고, 교우는 반드시 찬송 책을 준비하여 함께 찬송하는 것이 마땅하다.”
대한예수교 장로회(합신) 헌법(2010년판) 예배모범 제4장 ‘시와 찬송’에는 제3항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하나님을 찬송하는 노래를 부를 때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자들이 그 부르는 찬송의 뜻을 깨닫고 은혜롭게 찬송하여 진정으로 하나님을 상대한 찬송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온 교우들이 반드시 찬송책을 준비하여 함께 찬송하는 것이 마땅하다.”
제5항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교회가 찬송가를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 교역자는 1) 교인으로 하여금 은혜로운 찬송가를 반복하여 부르게 함으로 그 가사를 익히도록 하고, 그 가사의 뜻도 깨닫게 해야 됨. 2) 교인들에게 곡조도 가르쳐서 그들로 하여금 찬송가를 바로 부르도록 훈련시켜야 됨. 3) 찬송 부르는 기회에 교인에게 실생활의 성화를 격려해야 된다.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아름다운 찬송은 일상생활에서 신앙을 지켜 경건하게 사는 자의 거짓되지 않은 입술의 찬송이다.”
가사의 뜻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찬송을 연습하는 일이 반드시 따라 올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종교개혁자의 후예인 장로교회는 예배 전에 온 회중이 참석한 가운데 당일의 예배 시간에 부를 찬송의 가사의 의미를 배우고 연습해야 하며 그 사실이 예배모범에 명시되어 있다.
찬송연습은 누가 지도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찬송연습은 누가 지도해야 하는가? 교회 안에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 해야 하는가? 성악을 공부했거나 화성을 공부한 사람 혹은 지휘자나 반주자가 지도해야 하는가?
아니다. 목사가 찬송을 지도해야 한다. 교회정치 제5장 목사 제41조(목사의 직무)에 나오는 것처럼 목사가 지도해야 한다. 아니? 목사가 어떻게 지도하는가? 목사는 말씀 전문가이지 음악 전문가는 아니지 않은가? 목사는 성경과 신학만 아니라 음악도 공부해야 하는가?
이러한 오해를 하지 않기 위해서 ‘찬송, 찬송을 연습하는 것, 찬송을 지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찬송’의 핵심은 ‘음정이나 박자’가 아니라 ‘가사’에 있다. 앞서 개혁자들이 바르게 이해해야만 한다고 한 것도 ‘가사’이다. ‘가사’를 제대로 이해해야만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와서 부를 수 있다.
그러므로 ‘찬송을 연습하는 것’ 역시 그 핵심은 음정이나 박자를 맞춰보는 것이 아니다. 가사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찬송을 지도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목사는 성도들에게 음정이나 박자를 가르치는 음악교사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다. 목사는 회중에게 가사의 뜻을 충분하게 이해시키는 일을 해야 한다.
음악은 조금 부족해도 상관없다. 음정이 틀리고 박자가 틀린다고 해서 우리의 찬송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사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부르는 찬송은 바른 찬송이 될 수 없다. 하나님께 들려지는 참된 찬미의 제사가 될 수 없다. 이해가 없이는 참된 고백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목사; 예배 인도자, 찬송 지도자
목사는 말씀의 봉사자이다. 목사는 성례의 집례자이다. 목사는 목회기도를 맡은 자이다. 목사는 찬송을 지도하는 자이다. 말씀, 성례, 기도, 찬송, 이 모든 것들의 성패(成敗)가 목사에게 달려 있으니 목사는 예배인도자요, 목사의 직임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예배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목사로부터 찬송을 배우자
교회는 예배를 드리기에 앞서 찬송을 연습해야 하고, 예배 이외의 시간에 성경을 공부하듯이 찬송도 공부해야 한다. 당회는 교단 헌법 예배모범에서 명시한대로 예배 전 혹은 적절한 시간을 정해 온 회중들이 찬송을 연습할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하고, 찬송을 지도하는 일을 목사에게 부탁해야 한다(참조. 딤후 2:2). 그리고 목사는 특정한 시간에 그리고 틈틈이 찬송을 지도해야 한다.
그래야만 찬송을 부를 주체인 전체 회중이 찬송 가사의 뜻을 충분히 이해하여 마음을 다해서 주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목사가 찬송을 지도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찬송을 부르는 주체인 회중들이 찬송 가사의 뜻을 바르게 이해하여 마음을 다해 하나님을 높이도록 하기 위함이다.
결론
교회는 예배를 잘 드려야 한다. 이를 위해 목사는 교인들에게 말씀을 설교하는 일 뿐만 아니라 찬송을 지도하는 일도 해야 한다. 회중들이 설교도 잘 들어야 되지만 찬송도 잘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목사가 찬송을 잘 지도해야 예배가 바르게 드려질 수 있다.
찬송을 지도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성악을 공부한 사람, 작곡을 공부한 사람, 심지어 교회음악을 공부한 사람에게도 맡길 수 없다. 이 일은 예배와 말씀을 맡은 목사의 중요한 직무이다.
바른 찬송은 얼마나 아름다운 곡조를 솜씨 있게 뽑아내느냐에 있다기보다는 그 가사의 영적 의미를 얼마나 이해하고 감사하는 가운데 하나님께 마음으로부터 은혜로 찬송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 목사가 찬송을 지도한다. 목사에게 이 직무가 맡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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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손재익, “흔히 ‘대표기도’로 알고 있는 ‘목회기도’에 관하여,” 『개혁정론』(http://reformedjr.com/xe/6006). 2015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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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내 기억에는 주일학교 때 전도사님들께 찬송가를 배운 것외에는
찬송을 배워본적도 없고, 가르치는 것은 본적이 없는 것같습니다.^^~
새가족들도 예배시간에 기존 신자들이 찬송을 부를 때 그냥 듣다가
어느틈에 귀에 익숙해 지면 그냥 따라부르다가 배우는 것이 현실인데
정말 중요한 것을 가르쳐 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