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수 목사
대구 광명교회 담임목사
호주 장로교에서의 목사 안수 과정에 대하여 회상해 본다. 80년대 후반에 빅토리아 주 직영 신학교에서 공부하면서 그리고 퀴즈랜드(Queensland) 주의 장로교회에서 전도사로 혹은 성도로 섬기면서 어깨 너머로 지켜 본 목사과정을 더듬어 보았다. 20년도 넘은 일이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고 또 현지에서 호주목회를 하는 친구와 함께 더듬어 보는 시간은 퍼즐을 맞추는 것과 같은 기쁨이었다. 호주 장로교는 주 교단마다 목사 안수에 대한 시스템이 약간씩 다르다. 여기서는 빅토리아(Victoria) 주와 퀸즐랜드 주 교단에서 경험했던 부분들을 중심으로 살펴 보겠다.
먼저, 목회자 후보생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소속 교회의 추천을 통해 노회에서 목사 후보생 심사를 거쳐야 한다. 교회에서 추천은 공동의회를 통해 결정이 된다. 그 이후에 교회에서 그 사실을 총회 교육위원회로 상정하면 위원회는 최종 심사를 하게 된다. 그 심사를 통과한 성도는 목사 후보생으로 신학교에서 등록을 하고 공부를 하게 된다. 이럴 경우 학비는 면제되고 소정의 장학금도 매월 받게 된다(경우에 따라서는 기숙사 혹은 사택이 제공이 되기도 하였다).
목회자 후보생은 공부하는 도중 매년 노회의 관찰과 감독을 받았다. 후보생은 노회가 내는 과제를 제출해야 하며, 면접 및 예배 인도를 통해 심사를 받고 통과해야 다음 학년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필자가 공부할 당시에는 ‘홈 미션 커미티’(Home Mission Committee)라는 위원회가 관리 감독을 진행하였다. 위원회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위원들을 학교로 파송을 하여서 노회별로 소속된 학생들과 대화하고 점검을 하였다. 이때 교회는 목사후보생에 대한 교회에서의 생활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위원들은 그 보고서를 가지고 질문을 하였다. 주로 교회 생활에 관한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 일은 한 학기 한번 정도였고, 자기 노회의 차례가 되면 정장을 잘 입지 않던 학생들이 정장차림으로 학교에 와서 대기하였다. 또한 노회에서는 후보생들에게 지정된 교회에서 예배 인도 및 설교를 하도록 했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수요일 오후에 지역 교회에서 학우가 설교를 하고 예배인도를 마친 후에, 그 교회 담임목사님과 장로님 그리고 학생들을 인도하셨던 설교학 담당 교수님과 학우들이 목양실에 함께 모여 평가를 했다는 것이다. 얼마나 긴장을 하였던지 모두가 부동자세로 커피만 연신 마셨던 시간이었다.
모든 과정이 끝나고, 신학교를 졸업할 때, 교단 신학교육 위원회가 졸업생의 강도사 인허 공고를 한다. 이때 교단 내의 어느 노회이든 해당 목사후보생에 대한 이의 제기를 하면 인허가 안 된다. 하지만 강도사 인허를 받은 후에 개교회로 나가게 되면 목사 안수는 해당 노회에서 안수를 한다. 그 안수를 받는 기간의 제한은 없으나 보통 1년 정도 두고 보는 것이 관례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실례로 필자와 함께 공부한 한 후보생은 교회의 목사 청빙을 받아 신학교 졸업 후 강도사 인허가 주어진 상태에서 바로 해당 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허락 받았던 것으로 안다.
목사로의 청빙은 해당 교회의 재정이 교단에서 정한 목사 사례를 감당할 수 있을 경우에 한해서 허락이 되었다. 각 주 교단마다 정한 사례는 약간씩 달랐다. 만약 교회가 재정이 안 된다고 판단되면 노회 및 교단 차원에서 청빙을 허락하지 않았다. 여기서 강도사의 공식 명칭은 ‘Licentiate’ 이고, 교회 안에서는 부교역자이기에 ‘Assistant Pastor’라고 불렀다. 청빙을 받고 목사로 안수를 받으면 ‘Assistant Minister’라고 칭하였다. 결국 교회의 목사로의 청빙을 받지 못하면 평생을 Pastor로 헌신을 하여야 한다. 부교역자의 역할에 있어서는 강도사와 부목사는 담임목사와는 분명히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목회라는 동일선상에서 목회자로 이해를 받고 있었고, 사례에서도 동일하며 차이가 없었다. 이는 교회 안에서의 사역의 역할로 담임목사, 부교역자(부목사와 강도사)로 구분은 되지만 지위의 상하로 나눠지지는 않는 것이다.
목회자에 관한 호주 장로교의 과정과 한국 장로교의 과정이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목회자에 대한 관심은 양쪽 다 크다는 것이다. 이제는 세계적인 장로교단이 있는 한국의 목회자 과정과 그 대우가 세계 교회가 본받길 원하는 모습으로 발전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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