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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획기사는 제자입니다. 한국교회에서 유행하던 제자훈련을 비판적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십자가를 지신 주님을 따른다고 하면서 과연 십자가를 지는 삶을 사는지, 또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기에 부활의 능력으로 사는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한국교회가 경건의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시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제자들이 많아져야 하겠습니다. 아니, 모든 신자가 다 주님의 제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부활의 능력으로 사는지를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 편집자 주 -

  

 

제자훈련, 누구의 제자인가?

 

 

황대우.jpg

 

 

 

 

황대우 교수

 

 

   한 때 제자훈련은 한국교회 전체의 폭발적인 관심과 주목을 받았는데, 이런 제자훈련의 중심에는 고 옥한흠 목사와 사랑의 교회가 있었다. 당시 사랑의 교회는 제자훈련을 한국교회에 확대 재생산하기 위해 전국의 지역교회와 모든 기독교 단체의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제자훈련이 전국교회를 강타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그 훈련의 내용 자체에 있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체제를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제자훈련이 예전처럼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지는 못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선교단체나 중대형교회는 충성도 높은 소속 회원을 확보하기 위해 단계별 새신자 훈련과 같은 변형된 제자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이런 형태의 제자훈련은 아마도 예수님 오실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교회는 구원의 복음을 위해 하나님과 인간, 그리고 세상에 대해 바르게 가르쳐야 하는 일종의 교육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인에게 배움은 끝이 없다. 배움은 그리스도인이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한다. 신앙은 아는 만큼 성장한다. 즉 하나님을 믿는 것은 그분을 인격적으로 아는 것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 그리스도인은 모두 예외 없이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온전한 사람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엡 4:13) 성장해가야 할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믿는 것과 아는 일’로 번역된 원문의 단어는 동사가 아니라, “믿음”과 “지식”을 의미하는 명사다. 그리스도인에게 믿음과 지식은 동전의 양면처럼 불가분리의 관계다. 하나 없이는 다른 하나도 없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아는 만큼 믿는 것이요, 믿는 만큼 아는 것이다. 지식이 곧 믿음이다.

   그리스도인의 지식과 믿음은 인격적이요, 살아 있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것은 죽은 것, 즉 역사적인 지식이나, 맹목적인 믿음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은 전도 및 교제와 더불어 지상교회의 본질적 사명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교회에서는 이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왜곡되어 있다. 한국의 모든 교회가 앞 다투어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한다는 명목으로 자기 교회를 최고라고 선전하는 일이 정당한 것인 양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전도와 교제와 교육을, 아무런 반성 없이 ‘자기 교회’를 자랑하는 수단으로 삼는다. 이런 점에서 규모가 큰 교회든 작은 교회든 모두 교회의 본질과 사명을 왜곡하고 변질시키는 공범이다. 제자훈련도 이런 왜곡과 변질의 수단으로 오용되어 왔고 지금도 오용되고 있다. 교회는 제자훈련, 특히 새 신자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 교회에 대한 소속감을 높일 뿐만 아니라, 자기 교회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충성도를 높이고 싶어 한다. 중대형교회치고 이런 프로그램을 활용하지 않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요즘 교회론적 이단들로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라 이단 방지 차원에서도 명분이 있어 보인다.

 

   전도할 때 종종 값싼 복음으로 불신자들을 교회로 초정하는 경우가 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모든 인생 고민을 해결해주실 분이십니다.’ ‘그리스도를 믿으면 마음의 평강을 얻게 될 것입니다.’ 등등의 구호는 분명 내용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만일 단순히 자기 교회로 오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면 값없는 십자가의 은혜와 복음을 값싸게 내다파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교회의 제자훈련 역시 어떤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만일 제자훈련이, 명목상으로는 그리스도의 제자로 삼는 것이라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어느 목사의 제자, 어느 교회의 제자, 어느 집단의 제자로 삼는 것이라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제자훈련이란 복음을 가르치는 누군가에게, 혹은 어느 단체에 절대적으로 순종할 것을 가르치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게 하는 것만이 진정한 제자훈련이다. 제자훈련의 목표는 오직 그리스도 한 분뿐이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 제자 훈련의 유일한 목표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으면 찾으리라.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과 바꾸겠느냐?(마 16:24-26)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속성으로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는 방법은 없다. 자기를 부인 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길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자기 부인과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것은 그리스도를 따를 자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자격이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위해 목숨을 잃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필생즉사, 필생즉사 정도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먼저 죽어야 한다. 우리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치신 생명의 원리는 ‘죽어야 산다!’는 것이다. 이것은 곧 부활의 생명을 의미한다. 죽지 않고 부활할 수 있는 자는 없으니까!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의 삶에 대한 사도 바울의 가르침은 이것이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갈 2:20) 우리를 위해 목숨을 버리신 그리스도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자만이 그리스도 안에서 진정한 생명, 즉 그리스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스도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나는 죽고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제자훈련은 그리스도께 속한 사람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이란 ‘그리스도께 속한 사람’을 뜻한다. 모든 제자훈련의 최종 목표와 목적은 그리스도 한 분이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는 제자훈련이라면 그것은 가짜일 뿐만 아니라, 이단적이다. 그리스도께서 인생의 새로운 주인이라는 의식 대신에 자기 교회의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 모든 제자훈련은 사이비이며, 적그리스도적이다. 이런 제자훈련은 교회에서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교회의 주인이 그리스도가 아닌 적그리스도가 될 것이다.

   제자훈련을 하다보면 자신의 제자, 어떤 목적을 위한 제자로 삼고 싶은 인간적인 욕망이나 유혹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참된 교회의 지도자라면 이런 욕망과 유혹을 깨뜨리기 위해 먼저 자신을 쳐서 십자가에 못 박는 훈련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말씀에 복종시키는 훈련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교회 안에서 진정한 제자도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대다. 인간은 죽고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교회야말로 하나님께서 이 시대에 찾으시는 참 교회가 아닐까? 이런 교회야말로, 비록 죄인들이 모인 연약한 죄인공동체이지만, 성령 하나님께서 자신의 능력으로 날마다 새롭게 하시는 강력한 생명공동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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