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획기사는 ‘임직’입니다. 하나님께서 교회를 세우기 위해 직분을 허락하셨습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뜻을 받들어 기도하는 가운데 직분자를 선택하여 임직을 합니다. 임직까지의 모든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요즘같이 직분이 희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직분자가 바르게 세워지는 것이야말로 교회와 시대의 희망이 될 것입니다. -편집장 주-
임직 시 행하는 서약, 위로는 하나님께 아래로는 회중에게
손재익 목사
(한길교회)
임직식과 여러 순서
직분자를 세우는 임직식(任職式)에는 여러 가지 순서가 있다. 권면, 서약, 안수, 기도, 악수례, 공포 등이 있다. 이 모든 순서를 포함한 예식을 ‘임직식’이라고 한다. 목사 임직식, 장로 임직식, 집사 임직식이라는 표현이 바람직하다.
간혹 ‘안수식’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는데, ‘임직식’이라고 해야 한다. 왜냐하면 ‘안수’는 임직식의 한 순서이지 그 자체로 독립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안수는 임직식 전체 순서 중 한 부분이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식은 아니다. 서약식이라 하지 않고, 공포식이라 하지 않는 것처럼 안수식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임직식이 바른 표현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헌법도 ‘임직’이라고 표현한다(교회정치 제36, 38, 48, 68, 79, 88, 121, 132조; 헌법적규칙 제2장 제2, 5조).
임직 순서 중 하나인 서약
임직식 때 행하는 모든 순서는 다 중요하고 각각 의미가 있다. 어느 것 하나 빼고 진행할 수 없다. 그 중에서 서약은 특히 중요하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22장은 서약(맹세)을 하나의 주제로 다루고 있다. 또한 예배의 요소 중 하나로 보고 있다(1절). 서약은 하나님의 이름으로 행하는 것으로 거룩한 두려움과 경의로 하는 것이다(2절).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으로 행하는 서약
출애굽기 20:7에 기록된 제3계명은 “너는 네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 여호와는 그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는 자를 죄 없다 하지 아니하리라”라고 말씀한다. 그렇기에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는 모든 행위가 곧 제3계명과 연관된다.
임직식 때 이뤄지는 서약은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으로 행한다. 그러므로 서약을 어기는 것, 서약을 함부로 하는 것은 제3계명을 범하는 것이다(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제99문답;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제112-113문답). 레위기 19:12은 “너희는 내 이름으로 거짓 맹세함으로 네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말라 나는 여호와니라”라고 말씀한다.1)
임직식 중의 한 순서인 서약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서약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은 거룩한 두려움을 가지고 경솔하지 않게 엄숙함으로 서약해야 한다.
직분자와 서약
직분자로 임직 받는 이의 서약은 교단마다 다르겠지만,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의 경우 헌법(2011년판) 헌법적규칙 제2장 제2조(목사의 임직식)과 제5조(장로와 집사 및 권사의 임직식)에 나와 있다. 그 중에서 제2장 제5조는 다음과 같다.
1) 구약과 신약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며, 신앙과 행위에 대하여 정확무한 유일의 법칙으로 믿습니까?
2) 본 장로회 교리표준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대요리문답과 소요리문답은 구약과 신약성경에서 교훈한 도리를 총괄한 것으로 알고 성실한 마음으로 믿고 따를 것을 서약합니까?
3) 본 장로회 관리표준인 예배지침, 교회정치, 권징조례를 정당한 것으로 승낙합니까?
4) 본 교회 장로(집사, 권사)의 직분을 받고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하며 진실한 마음으로 본 직에 관한 범사를 힘써 행하기로 서약합니까?
5) 교회의 화평과 연합과 성결을 위하여 진력하기로 서약합니까?
이 서약은 하나님과 사람(회중) 앞에서 행한 것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 혹 구약과 신약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지 않는다면, 비록 외적소명을 확인받았다 하더라도 직분자로 임직하거나 받지 말아야 한다. 속한 교회의 교리와 예배, 정치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직분자로 임직하거나 받지 말아야 한다. 교회의 화평과 연합과 성결을 위해 노력하기 싫다면 직분자로 임직하거나 받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 앞에서 거짓 서약을 함으로써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는 일이 없어야 한다.
회중과 서약
임직식의 주인공을 임직자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임직 받는 개인에게 기쁜 일임은 사실이다. 하지만, 임직식에 참여한 중요한 주체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임직 받는 사람, 임직의 주체인 치리회원, 직분자를 세우는 일의 한 부분에 참여한 회중.
좀 더 엄밀하게 설명하면, 임직 받는 자는 임직에 있어서 객체이고, 노회나 당회가 임직의 주체가 된다. 목사 임직의 경우 노회가 주체가 되고, 장로와 집사 임직의 경우 당회가 주체가 된다. 그래서 각각 노회원과 당회원이 참석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회중이 참석한다. 회중도 임직에 있어서 하나의 객체다. 임직은 결국 회중을 섬기는 일의 출발이기에 회중도 임직에 있어서 객체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직분자만 서약하지 않는다. 임직 받는 자 외의 다른 모든 회중들도 서약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서약의 내용을 살펴보자.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헌법(2011년판) 헌법적규칙 제2장 제5조(장로와 집사 및 권사의 임직식)
(2) 교인에게
( )교회 회원들이여 ( )씨를 본 교회 장로(집사, 권사)로 받고 성경과 교회정치에 가르친 바를 따라서 주 안에서 존경하고 위로하고 복종(집사와 권사에게는 협조로)하기로 맹세합니까?
회중은 직분자를 세우는 일에 관여하였다. 회중은 선거를 통해 직분자의 외적 소명을 확인하는 일에 관여하였다. 그런데 그들의 손으로 세운 직분자가 임직 받는 순간부터는 이제 복종(순종)의 대상이 된다. 이는 성경적 가르침에 근거한다. 디모데전서 5:17 “잘 다스리는 장로들은 배나 존경할 자로 알되 말씀과 가르침에 수고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그리할 것이니라”
직분자는 하나님이 부르시지만, 회중은 선택하는 일에 관여한다. 회중은 직분자를 선택했다면, 직분자로 세워진 이후에는 그들의 치리와 봉사를 받아야 한다. 임직자의 직분적 봉사에 순종해야 한다. 그들의 직무에 복종(혹은 협조)해야 한다.
직분자가 아무리 그 직분을 잘 수행한다고 해도, 회중이 복종(혹은 협조)하지 않는다면 직분은 제대로 수행될 수 없다. 직분은 수행하는 자의 의무와 책임뿐 아니라 그 직무에 복종해야 할 교인의 의무와 책임도 포함한다. 그렇기에 위와 같이 서약하는 것이다.
참여도가 낮아지는 회중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직식에 회중들의 참여가 떨어진다. 전체 교인의 3분의 1도 잘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임직식의 주인공을 임직자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중도 임직식의 주인공이다. 임직식은 임직 받는 개인의 행사가 아니다. 교회 전체의 행사다. 그렇기에 회중도 서약에 참여한다.
임직 받을 사람이 없이 임직식이 불가능하고 당회원이나 노회원 없이 임직식이 불가능하듯, 회중의 참여 없이 임직식은 불가능하다. 교회의 회원이라면 반드시 임직식에 참여하여 서약하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 서약하는 일의 한 주체가 빠져서는 완전한 임직식이 될 수 없다. 교회의 예배에 빠질 수 없듯 임직식에 빠져서는 안 된다.
직분자를 선출한 회중의 의무와 책임
회중 없이 직분 없다. 직분자는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출발해서, 회중을 향한 섬김으로 계속된다. 또한 회중의 순종과 협력이 필요하다. 위로는 하나님께, 아래로는 회중에게 향하는 것이 직분이다. 그러므로 직분자가 제대로 직분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위로부터는 하나님의 도우심이 있어야 하고, 아래로부터는 회중들의 순종과 협조가 필요하다. 회중은 임직자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직분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회중은 직분자를 선출할 때만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그 책임은 그들의 직분 수행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책임의 시작은 회중의 서약을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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