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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요한 기자

“20세기 중반 이후 복음주의의 중심축은 비서구권으로 넘어갔다.”

6월 24일(화)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소재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에서는 현대기독연구원이 주최한 “20세기 복음주의지형도 그리기” 세미나 두 번째 시간이 있었다. 강사는 이재근 교수(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 교회사 Ph.D., 합동신학대학원 외래교수). 이번 강연은 총 6주로 진행되는 전체 세미나의 두 번째 시간으로 “영미 복음주의는 어떻게 세계기독교로 부상했는가”라는 주제를 다루었다.

이재근 교수는 이날 복음주의 역사 연구의 등장과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세계 기독교의 흐름에 관하여 강연하였다. 아래 내용은 이 교수의 강의를 요약 및 정리한 것이다. 주제 흐름에 맞게 강연의 일부 내용을 재배열하였다.

이재근 교수님.JPG
> 이재근 교수

복음주의 역사 연구의 시작

20세기 들어 복음주의 신앙을 가장 지적인 형태로 보존한 단체가 있다면 IVF다. 그리고 학문적 운동으로서의 복음주의에 기여한 사업 중 하나가 출판업이다(IVF의 출판사는 IVP). 영국 IVP는 미국 IVP와의 협력 하에 2002년도에 ‘복음주의란 무엇인가’를 알아보는 출판을 기획하였다. 미국의 1730년대 1차대각성 시기를 복음주의의 태동기로 보고 이후 300년의 역사를 정리하는 기획이었다. 이를 위해 스코틀랜드 스털링대학교의 데이비드 베빙턴(David Bebbington)과 미국 노틀담대학교의 마크 놀(Mark Noll)을 시리즈의 총편집자로 위촉하였다. 베빙턴과 놀이 총서를 기획하면서 초빙한 학자는 잉글랜드 오픈대학교의 존 울프(John Wolffe),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학교의 제프 트렐로어(Geoff Treloar),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학교의 브라이언 스탠리(Brian Stanley)다. 이들은 모두 스스로 복음주의 신앙을 표방하면서도 일반 학계에서도 권위 있는 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기획을 통해 복음주의 역사 가운데 인물, 사건, 사상 등에 따라 시기를 분류하여 적임자에게 집필을 맡기고 한 권씩 출간하기 시작하였다. 2003년 마크 놀이 쓴 제1권 『복음주의 발흥』(The Rise of Evangelicalism)을 시작으로 2005년 데이비드 베빙턴이 쓴 제3권 『복음주의 전성기』(The Dominance of Evangelicalism), 2007년 존 울프가 쓴 제2권 『복음주의 확장』(The Expansion of Evangelicalism), 2013년 브라이언 스탠리가 쓴 제5권 『복음주의 세계확산』(The Global Diffusion of Evangelicalism)이 출간되었다. 제프 트렐로어가 쓸 예정인 제4권 『복음주의 분열』(The Disruption of Evangelicalism)은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
(한국 기독교문서선교회에서 ‘복음주의 역사 시리즈’로 기획 및 출간하고 있는 책 중 1-5권이 이에 해당한다.)

선교를 통한 복음주의 기독교의 전파

세계화라는 말은 주로 정치, 경제 영역에서 많이 쓰인다. 하지만 한 지역의 신앙이 전세계적으로 유행이 된다는 면에서 복음주의 역시 세계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복음주의라는 말은 역사적으로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다가 18세기 부흥운동을 기점으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복음주의가 등장한다. 이 복음주의 신앙은 영국의 제국주의 진출과 함께 자연스럽게 전 세계로 퍼졌다. 이 과정을 ‘선교’라고 말하기도 한다. 제국주의적 확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앙이 이용되기도 했지만 순수하게 복음을 전파한 선교사들도 있었다. 선교와 제국주의라는 주제는 복잡한 논의가 필요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세속화

역사라는 것은 수많은 요인이 작용하여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한 시점을 정해서 그 이전과 이후를 가르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문적 틀을 세우고 제대로 된 논의를 하기 위해서 특정 시점을 잡는데 그러한 시점 중 대표적인 것이 전쟁이다. 20세기에는 세계적인 충격을 준 제2차 세계대전이 그러한 시점 중 하나다. 즉 20세기를 가르는 가장 큰 기점을 1945년이라고도 볼 수 있다.

1945년 이후 서구권에서는 더 이상 기독교 세계라고 할 수 없는 세계가 나타났다. 신학에서는 위기신학이 등장하였다. 신학을 긍정적으로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실존주의 철학이 유행한다. 사상의 큰 변혁이 일어났다. 인간의 재능과 힘을 자랑할 수 없고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나타났다.

그리고 이전까지 있었던 ‘기독교세계’(Christendom)라는 관념은 붕괴되었다. 이 기독교세계라는 관념은 313년에 시작되었다. 전세계적 현상은 아니지만, 313년 콘스탄틴 대제의 밀라노 칙령 이후 유렵에서 기독교세계가 시작되었다. 기독교세계라는 것은 어원상 ‘그리스도가 다스리는 나라’(Christ + Kingdom)라는 뜻인데 이것은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 나라의 시작이라기보다는 정치와 종교가 하나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어거스틴주의, 루터파, 칼빈주의 등 주류 개신교 내에서는 기독교세계를 어느 정도는 긍정적으로 보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하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313년 이후의 '콘스탄틴적 기독교'를 두고 기독교의 순수성은 끝났다고 보는 아나뱁티스트도 있다. 여하간 313년 이후 유럽 세계는 기독교적 세계가 되었다. 그 안에서 정치와 종교 간 우위권을 다투는 일이 계속해서 있기는 했지만 공식적으로 정치와 종교가 손을 놓은 적은 없었다. 이 흐름은 20세기 중반까지 이어진다.
(표현을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하지만 313년 이후 기독교의 순수성은 끝났다고 보는 아나뱁티스트도 있다." 라는 문장을 "이와 반대로 313년 이후의 '콘스탄틴적 기독교'를 두고 기독교의 순수성은 끝났다고 보는 아나뱁티스트도 있다."로 수정합니다. - 편집자 주)

하지만 (정확하게 이 연도라고 볼 수는 없다 하더라도) 1945년을 기점으로 기독교세계는 붕괴한다. 유럽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이 태어나자마자 기독교인 정체성을 갖는다는 것을 긍정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후 1960년대에 이르러, 특히 1968년을 기점으로 기독교세계는 완전히 붕괴하여 유럽에서는 더 이상 기독교가 성장할 수 없는 토대가 만들어진다. 물론 아직도 유럽에서는 사람이 태어나자마자 제도적으로는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물려받기는 하지만 이것은 명목상일 뿐이다. 실제로 그 사람이 기독교인이냐 물었을 때 문제는 달라지는 것이다. 유럽은 더 이상 기독교국가가 아니다. 교회가 문을 닫고 이슬람 사원이나 클럽 등으로 변하는 예가 이러한 양상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리고 맑시즘 등의 급진적 사상이나 축구 등의 스포츠가 종교를 대체하게 되었다.

미국의 세속화

미국의 변화는 유럽과는 다른 면이 있다. 유럽은 실제적으로 미국보다 세속화가 빠르지만 그럼에도 전통을 유지한다는 면에서는 계속해서 기독교적인 색깔을 갖는다. 태어나면서 종교세를 국가에 지불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기독교 신앙이 내면에는 없다고 하더라도 명목상으로 기독교인이라는 이름을 버리기는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은 유럽보다는 덜 세속적인 국가처럼 보인다. 하지만 법적인 면에서 보면 미국은 처음부터 기독교 국가였던 적이 없었다. 미국이 1776년 독립선언서를 발표하며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때 선언한 가장 중요한 원리 중 하나는 국교를 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수정헌법 제1조에서는 국가가 국민에게 특정 종교 교파를 강요할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유럽의 체계에서는 없었던 종류의 서구사회가 탄생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은 그 기원이 세속적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미국을 하나님의 선택받은 국가로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미국은 스스로 기독교 국가를 표방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렇게 기원이 세속적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의 세속화가 유럽보다 늦추어진 것은 미국 역사 가운데 많은 부흥(부흥운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흥은 세속화의 물결을 적절하게 제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세기가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신학적 자유주의와 세속적 무신론의 영향으로 지성적 영역에서 기독교인들이 발언할 수 없게 된다. 이 싸움에서 패배한 사람들은 근본주의자라는 이름을 갖고 고립되어 변방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후에 근본주의권 내에서의 반성으로 근본주의와 자유주의에 모두 반대하는 신복음주의 운동이 있기도 했지만 이것이 미국의 신앙을 세속화의 물결 속에서 지켜냈다고 볼 수는 없다. 유럽의 세속화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도 역시 세속화는 대세가 되었다.

20세기 세계 기독교 지형의 변화

1945년을 기점으로 서구 기독교가 무너졌지만 이를 뒤집는 역사가 나타나기도 했다. 비서구기독교가 등장한 것이다. 비서구기독교의 등장속도를 통계로 보았을 때 지난 2000년 동안 서구에서 일어난 것 이상으로 크고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기독교인 수가 급증하여 서구권 기독교인 수를 앞지른 것이다.
(※ 이재근 교수가 강연을 하며 화면을 통해 제시한 “대륙별 기독교 인구 및 인구대비 기독교인 비율 변화” 자료에는 1800년 대륙별 기독교 인구는 유럽(러시아 포함) 1억 7170만(91.8%), 북아메리카 1490만(92.0%), 남아메리카 560만(35.0%), 아시아 840만(1.4%), 아프리카 430만(4.8%)이었다. 1900년에는 유럽 3억 6820만, 북아메리카 6000만, 남아메리카 5900만, 아시아 2080만, 아프리카 880만이었고 2008년에는 유럽 5억 5640만(76.7%), 북아메리카 5억 3020만(95.0%), 남아메리카 2억 2040만(66.4%), 아시아 3억 5500만(9.1%), 아프리카 4억 2370만(47.7%)이었다. 오세아니아 지역은 화면을 통해 확인하지는 못했다. 이 교수는 통계에서 서구권 기독교 인구비율이 높게 나온 이유에 대하여, 이 통계가 교회에 등록된 명부를 가지고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제도적으로는 기독교적인 많은 서구권 국가의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였다. 실제 기독교인의 수는 통계와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즉 이 점에서는 제도적으로는 기독교적이지 않으면서 복음전도와 개인적 회심이라는 과정을 통해 기독교인이 되어 교회로 들어오는 비서구권의 통계가 서구권의 통계보다 실제 상황을 잘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통계로 나타난 것 이상으로 비서구기독교의 약진이 두드러진다고도 볼 수 있다.)

1800년에는 전형적 기독교인(Typical Christian)이라고 하면 영국에 있는 (백인) 29세 남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전형적 기독교인은 남아메리카나 아프리카의 여성일 것이다. 백인이기보다는 흑인, 남성이기보다는 여성이다. 2000년 동안 있었던 현상을 뒤집는 일이 지난 50년 사이의 역사다.

복음주의 기독교의 비서구권으로의 이동

필립 젠킨스(Philip Jenkins)의 『신의 미래: 종교는 어떻게 세계를 바꾸는가?』라는 책이 있다. 필립 젠킨스는 미래학을 하는 학자인데, 자신의 주제를 기독교와 연결지어 작업하였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The Next Christendom』(다음 기독교세계)이다. 유럽은 더 이상 기독교세계가 아니다. 필립 젠킨스는 여기서 ‘다음 기독교세계’로서 비서구기독교에 주목을 하는 것이다.

비서구기독교에 대한 학문적 논의는 1970년대부터 나왔다. 앤드류 월스(Andrew Walls)라는 역사학자가 있다. 마크 놀은 그에 대하여 “20세기 후반의 모든 학자 가운데 가장 위대하지만 가장 덜 알려진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앤드류 월스는 비서구기독교의 존재를 학문적으로 정리해서 전세계에 제시한 학자다.

그는 원래 옥스퍼드 출신의 학자이고 스코틀랜드 장로교 선교사로서 1970년 시에라리온에 파송을 받는다. 그리고 시에라리온의 신학교에 가서 교수선교사로서 활동을 시작한다. 그의 전공은 초대교회사였다. 그런데 그는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큰 딜레마를 겪게 된다. 그는 옥스퍼드나 에든버러에서 배웠던 체계를 가지고 아프리카 사람들을 가르치는데 아프리카 사람들은 월스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방식으로 가르침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이해하는 방식, 세계관, 토대가 달랐던 것이다.

앤드류 월스가 성장했던 스코틀랜드의 복음주의 분위기는 지적 정합성을 강조하고 세상의 상식선에 타협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기적이나 영적 체험 등을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초대교회에는 분명히 기적이 있었지만 이후 서구의 시각에서 기적은 합리적인 것이 아닌 것으로 치부된다. 그런데 월스가 교회사를 가르칠 때 아프리카 사람들은 기적과 같은 부분을 좀 더 강조하면서 받아들였다. 월스가 강조하고자 하지 않은 부분을 아프리카 사람들은 강조하여 받아들이고 정작 그가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은 아프리카 사람들은 덜 강조하며 받아들였던 것이다. 월스의 고민은 초대교회와의 유사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20세기의 학문적 틀을 가진 선교사들이 전하는 기독교가 현대의 아프리카 교회보다 오히려 덜 성경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계몽주의의 등장 이전에 서구 사람들은 영적 존재와 기적에 대해 믿었다. 하지만 계몽주의 이후 서구인들은 더 이상 그러한 것을 믿지 않는다. 성경에 그러한 이야기가 나옴에도 잘 믿지 않는다. 하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은 여전히 영적인 것들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성경이 말하는 영적인 내용들이 아프리카 사람들에게는 살아 있는 실제로 다가오고 있었고, 이를 경험하며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월스는 자신이 가르치는 내용을 고민하게 되었고 결국 선교사를 그만두고 스코틀랜드로 돌아가 에버딘 대학교에서 비서구기독교연구소를 세운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종교학자 및 시에라리온의 학생, 나이지리아 및 가나 학자들을 초빙하여 집단연구를 시작한다. 이것이 비서구기독교학의 시작이다. 문헌을 찾아내고, 통계 및 문헌을 만들어내어 아카이브(archive; 기록 보관소)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이후 에버딘 대학교의 재정 문제로 인해 문을 닫고 에든버러 대학교로 넘어와서 정착한다. 그러면서 이 연구는 학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마크 놀 같은 학자 역시 월스의 연구를 보고 기독교 흐름에 대해 새롭게 깨닫게 된다.

비서구기독교의 복음주의적 특징

앤드류 월스가 경험했던 기독교는 어떠한 기독교인가. 그 기독교는 우리의 기존 사고방식과는 관계 없는 이단적 기독교인가. 귀신, 영적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일상에서 겪는 수많은 가난, 질병,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체험적 신학. 이것은 이단적 신학이 아니다. 오늘날의 계몽주의적 시각으로 평가한다면 이러한 것은 미신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보자면 이러한 것이 오히려 성경적 기독교와 가까울 수 있다. 복음주의 신학이 가르치는 것은 1)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2) 체험과 감정을 중요시하고, 3) 십자가를 강조하며 삶의 눈물과 고통을 감싸 안고, 4) 행동하는 신앙, 즉 뜨겁게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이다. 결국 월스가 경험했던 사람들은 복음주의적인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1960년대 이후에 유럽은 더 이상 선교를 하지 않는다. 성경에서 말하는 기적도 믿지 않을뿐더러 다원적 생각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예수님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는 것에 회의를 품고, 성경에서 말하는 것이 과거뿐만 아니라 지금도 지켜져야 하는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선교를 하지 않게 되었다. 선교한다는 것은 개종을 요구한다는 것이고 이는 현대 유럽인들에게는 무례한 행동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전해졌던 기독교는 이런 기독교가 아니었다. 18세기 이래로 이어진 복음주의는 19세기 세계 선교를 이끈 원동력이었다. 19세기 내내 선교사들은 세계 각지에서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을 것을, 회심을 경험할 것을, 십자가를 통해 구원을 받을 것을, 열심히 전도할 것을 가르쳤다. 1960년대 이후 유럽 선교사들은 모두 선교지를 떠나게 되었지만 이미 오랜 세월 선교지에서 가르쳐 내려온 것이 있었다. 이미 기독교인이 된 사람들은 신앙 안에서 뜨거웠다. 그리고 오히려 유럽을 전도대상으로 삼게 된다. 이것이 필립 젠킨스가 말하는 핵심 중 하나다. 유럽에 있는 기독교가 복음주의 신앙을 포기했을 때 복음주의 신앙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미 19세기와 20세기 초반에 복음주의 신앙의 세계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유럽에 있는 사람들이 그 신앙을 포기했다고 하더라도 아프리카에 있는 사람들은 신앙을 여전히 유지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세계 복음주의 기독교의 선교는 역사적으로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가고 다시 미국에서 영국으로의 역선교(riverse mission)가 일어나는, 즉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양상이었다. 그런데 19-20세기를 거치며 세계적인 선교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복음주의 신앙이 전파된 곳에서 다시 유럽으로 역선교가 이루어진다. 현재 잉글랜드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많은 선교사는 흑인이거나 아시아인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선교가 발생할 수 있었던 요인에는 통신혁명, 교통혁명, 영어의 세계화, 이민의 증가 등의 요인이 있다.

현기연 세미나 2.JPG

보론: 한국 선교에 관해 이해할 때 주의할 점

한국에서 일어나는 선교운동은 세계 선교학에서의 흐름과는 동떨어진 면이 있다. 한국의 선교운동은 신학적인 측면이 있다. 선교운동이 세대주의 신학과 결합하게 되면 교회보다 이스라엘에만 초점이 맞추어지게 된다는 면에서 그렇다. 한국에서 유명한 것은 백투예루살렘 운동이다. 복음이 예루살렘으로부터 세계를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운동에서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 ‘복음의 서진’이다. 가장 서쪽에 있는 이스라엘을 복음화하기 위해 동쪽에 있는 나라를 활용한다는 생각도 여기서 나온다. 이스라엘을 복음화하기 위한 나라로 중국을 설정하고 그 중국을 복음화하기 위해 한국을 설정하는 것이다.

현대 선교학에서는 이런 표현을 쓰지 않는다. 전세계 선교를 주도하는 흐름은 한국이나 중국이 아니다. 오히려 남쪽(남반구)에 있는 기독교화된 국가들이다. 예를 들어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대륙) 사람들을 복음화하고 북쪽에 있는 사람들, 즉 아프리카의 무슬림 지역과 세속화된 유럽을 복음화하는 것이 목표다. 남아메리카에 있는 사람들은 전세계로 나가서 복음을 전하지는 않지만 대륙 내에 있는 명목화된 로마가톨릭 신자들을 복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미 대륙 내에 전도할 사람이 많기 때문에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지금 (외부로 선교를 나가는) 통계를 보면 한국의 선교사들이 전세계로 진출하며 세계 선교를 주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국에서 나타나는 흐름은 하나의 국지적인 흐름이고 전세계적인 선교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니다.

설요한 기자 juicecre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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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2014.06.24 By개혁정론 Views2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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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교회재정 공개의 사회적 의미 생각해야

    설요한 기자 6월 18일(수) 오후 2시 서울시 중구 소재 열매나눔재단에서 “재정공개 실현과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교회재정공개 좌담회에서 최호윤 회계사(삼화회계법인)는 “교회재정 공개의 의미”에 관한 제목으로 발제하였다. (관련기사: 재정 공개에 익숙치...
    Date2014.06.21 By개혁정론 Views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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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재정 공개에 익숙치 않은 한국 교회

    설요한 기자 “교회 재정을 사회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6월 18일(수) 오후 2시 서울시 중구 소재 열매나눔재단에서 “재정공개 실현과 과제”라는 주제로 교회재정공개 좌담회가 열렸다. 이번 좌담회는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주최로 마련한 것...
    Date2014.06.21 By개혁정론 Views2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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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세계 복음주의의 지형도

    설요한 기자 6월 17일(화) 서울시 마포구 소재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에서 “20세기 세계복음주의 지형도 그리기”라는 주제의 강연이 있었다. 강사는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대학교에서 복음주의 석학 브라이언 스탠리(Brian Stanley)를 사사한 이재근 박사(에딘버...
    Date2014.06.18 By개혁정론 Views8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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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박득훈 목사, “세월호 참사는 사회구조적 문제”

    설요한 기자 6월 16일(월) 서울영동교회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신학적 성찰”이라는 주제의 포럼이 있었다. 이날 포럼의 발제자인 박득훈 목사(새맘교회)는 “탐욕·야만·거짓으로 가득 찬 사회구조를 변혁해야 한다”라는 주제로 발표하였다. 이 포럼은 “세월호 ...
    Date2014.06.17 By개혁정론 Views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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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기윤실] 교회에서 헷갈리는 선거법. 이것만은 기억해요!

    아래 내용은 기윤실(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작성한 6.4 지방선거 기독유권자운동 중 선거법에 관한 것입니다. 기윤실의 허락을 구하여 게재합니다. - 편집자 [기윤실 6.4 지방선거 기독유권자운동] 교회에서 헷갈리는 선거법. 이것만은 기억해요! 6.4 지방선...
    Date2014.05.28 By개혁정론 Views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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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Refo500”이란?

    황대우 목사 고신대학교 교수 개혁주의학술원 책임연구원 “Refo500”은 “500 jaar Reformatie”의 약자로써 영어로는 “the 500th Anniversary of the Reformation”에 해당된다. 이것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예술과 학문 활동, 유관 행사 등등, ...
    Date2014.04.25 By개혁정론 Views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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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백투예루살렘 운동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설요한 기자 백투예루살렘 운동은 현재 한국에서 선교와 관련하여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운동이다. 하지만 선교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평가와 더불어 건전하지 못한 신학에 기반해 있다는 비판이 있기도 하다. 지난 2월 27일(목) 서울영동교회에서는 이와 관...
    Date2014.04.03 By개혁정론 Views6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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