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요한 기자
7월 24일(목) 서울 마포구 소재 백주년기념교회 교육관에서는 “복음주의와 공공신학” 세미나 다섯 번째 시간이 있었다. 발제자는 현대기독연구원의 최경환 연구원. 이날 세미나에서는 미국의 기독교인 정치활동가이자 “소저너스”(Sojourners)로 알려져 있는 짐 월리스(Jim Wallis)의 『하나님 편에 서라』(IVP 역간, 원제 On God's Side)를 중심으로 공적 신앙(Public Faith)을 다루었다.
최 연구원은 세미나를 통해 짐 월리스의 『하나님 편에 서라』의 내용을 다루고 이에 대한 간략한 평가를 하였고 참석자들과 함께 한국 복음주의 교회의 사회 참여 인식에 대해 논의하였다.
『하나님 편에 서라』의 내용
최 연구원이 정리한 월리스의 『하나님 편에 서라』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이하는 그 내용이다.
“만일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계급, 인종, 국가 등의 다른 정체성보다 가장 앞선 것으로 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보수적 정치철학은 상대적으로 자녀, 노동, 재정, 봉사, 긍휼 등에서의 개인적 책임을, 진보적 정치철학은 이웃 사랑, 경제 정의, 인종 간 평화, 성 평등, 사회적 정의, 사회 안전망 등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공동선은 이 두 관념 안에 있는 최선의 요소로 이루어진다. 신앙은 공적 영역으로 하여금 신앙에서 유래한 가치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신앙 공동체는 공적 영역에 가르침과 영감을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신앙 공동체는 사회의 점증하는 종교적 다원성을 존중하는 동시에 진리를 말하는 일에 헌신해야 한다.
공동선에 대한 기여를 판단하는 기준은 교리에 대한 이해나 종교에 대한 추종보다는 참된 삶, 다른 사람에 대한 필요 충족, 이웃 사랑 실천에 있다. 우리는 신앙을 공적으로 잘 증언하며 공정성, 긍휼, 성품, 양육, 소망이라는 더 나은 가치의 문화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다. 신앙 공동체는 정치에 대하여 예언자적이며 목회적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신학적이고 영적이고 문화적인 문제다.
기독교의 선교는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고 살아내는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를 향해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실천하라고 하신다. 이것이 이기적인 세상 왕국에 대한 대안이다. 그리스도인은 오직 하나님 나라에만 충성을 바친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을 삶과 지역, 국가, 세계에 새로운 소망을 전하라는 부르심을 받았다.
모든 개인에 대한 존중은 모든 정치 체제와 정부가 지켜야 할 필수 요소이다. 이는 국가 건국 이념에 담긴 정치적 약속 뿐만 아니라 근원적으로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는 지위로부터 도출된다. 더 나아가 우리의 정치적 삶의 목적은 혼자 살아가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예수님은 자신을 돌보는 것과 우리 이웃을 돌보는 덕을 똑같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신다. 긍휼과 사회 정의는 기독교의 근본 가치다. 그리고 기독교 공동체가 세상에서 이 두 가지를 실천할 책임이 있는 것처럼 정부 역시 이 책임이 있다. 시장(market)에 대한 지나친 확신은 인간의 본성과 죄에 대한 성경적인 관점과 모순을 이룬다. 공공 안전, 공동선, 피조 세계 등을 무시한 채 이익만 추구하기 때문이다. 정부에 대한 판단 기준은 사람에 대한 섬김, 사람의 안전, 평화로운 사회 질서, 시민의 삶 개선, 가난한 자들에 대한 보호 등이다. 그리고 시민은 단순히 투표뿐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이슈를 중심으로 행동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권 교체가 아닌 정치운동이다.
세상에서 공의와 정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참된 예배의 행위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인의 신앙적 의무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무엇이 잘못되었으며 불공정하고 잔인하고 불의한지를 인식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예수님의 복음은 가난한 자들에게 좋은 소식이었다. 억압당하고 예속당한 사람들에게 주어진 정의와 자유의 약속이 예수님의 사명을 밝힌 나사렛 선언(누가복음 4장)의 핵심이다. 예수님이 맨 처음 하신 일은 예수님의 오심이 하나님 나라라고 하는 새로운 질서의 시작임을 선포하신 것이었다.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은 이 새로운 질서를 위해 살아야 한다.
만약 속죄만 다루는 복음을 말하는 미국 교회들이 정의의 문제에 관해 소극적인 태도를 위하고 있다면 그들의 실천만이 아니라 신학도 무언가 잘못된 것일지 모른다. 신약성경에서 회심은 두 가지 측면, 즉 회개와 따름, 신념과 순종, 신앙과 제자도, 개인적 회심과 사회 정의를 통해 일어난다. 성경과 교회사에서 회심은 언제나 구체적이었다.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양과 염소의 비유에서의 그리스도의 심판의 기준은 잘못된 교리나 신학이 아니었다. 이것은 예수님을 어디서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의 문제다.
누가복음 10장의 선한 사마리아의 비유를 통해 예수님께서는 이웃 사이에 용인된 경계라는 우리의 관념을 제거하신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을 무시하거나 비난하거나 모욕하는 모든 사람에 맞서 힘을 모아야 한다. 종교 사이의 차이를 흐릿하게 만드는 종교다원주의를 옹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평화를 이루는 사람이 되고 이웃이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 때 그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모든 점에서 같은 의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도록 부르심 받았다.”
이웃을 구체적으로 호명해야 한다
최 연구원은 월리스의 책을 발제하며 “월리스의 『가치란 무엇인가』나 『하나님 편에 서라』 같은 후기 저작은 『회심』이나 『부러진 십자가』 등의 초기 저작보다 국가의 역할이나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선에 대한 강조를 많이 한다. 이것은 국가와 가정을 강조하는 보수적인 정치철학의 입장을 상당히 수용하는 것이다.” 라고 평가하였다. 하지만 최 연구원은 “그렇다고 해서 월리스가 자신의 진보적인 이전 성향을 퇴색시키는 것은 아니다.” 라고 부언했다. 즉 “월리스는 국가의 비도덕성을 질타하고 사회적 약자를 돌보지 않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국가에게 더욱 높은 도덕성과 영적 각성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특별히 정치적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간 논의에 관하여 최 연구원은 “정치적 자유주의자들은 민주주의의 형식과 절차를 강조함으로 정치로부터 윤리(도덕)를 분리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정치라는 것은 다양한 인정욕구와 욕망들이 끊임없이 분출되는 에너지들을 조절하면서 자연스럽게 경합을 일으키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이것은 사람들이 갖는 도덕적 감수성이나 영성이 공적 영역에서 정치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데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월리스에 대해 “짐 월리스는 정치를 움직이는 것은 공정한 절차나 형식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향한 사람들의 열망과 열정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평가하였다.
최 연구원은 기독교 세계관 논의에 대해서 “본인은 기독교 세계관을 ‘하나님이 이 세상에 무엇을 관심 가지시는가를 보는 것’으로 정의한다. 기존의 기독교 세계관 논의는 ‘하나님은 누구신가’에만, 즉 상향식으로만 관심으로 가졌다.” 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최 연구원의 문제의식은 짐 월리스의 논의와 맞물려 기성 복음주의자들의 모호한 문제의식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복음주의자들은 고아와 과부, 가난한 자들과 약자들을 보호하고 돌봐야 한다는 당위와 함께 이웃을 섬기는 교회, 타자를 위한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은 많이 했다. 하지만 정작 그 이웃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를 전혀 묻지 않았다. 오늘날 복음주의자들의 타자 담론은 구체적인 얼굴과 이름이 삭제된 채 너무나 추상화된 일반명사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그런 점에서 짐 월리스가 이웃의 이름을 너무나도 분명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호명한 것은 그를 다른 복음주의자들과 구별짓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설요한 기자 juicecream@naver.com
< 저작권자 ⓒ 개혁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