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요한 기자
“어떻게 하면 성경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성경을 신앙과 삶의 규범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하게 되는 고민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수많은 책과 사전을 찾아야 했다. 물론 이것은 근래에 들어서도 마찬가지지만 전자기기가 발전하면서 성경 연구가를 위한 편리한 도구가 개발되고 있다. 성경 프로그램도 그 중 하나이다. 시중에 나온 성경 프로그램 중 바이블웍스(BibleWorks)는 원어 성경을 연구하기에 좋은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원어 성경을 읽는다는 부담감과 기본 인터페이스가 영어라는 점 때문에 쉽사리 접근하기 어렵기도 하다.
하늘샘교회 김한원 목사는 지난 10여년 간 여러 성경 프로그램을 직접 사용하고 또 50여 차례 강의도 해 온 베테랑 사용자다. 그 결과물로 이번에 『바이블웍스 길라잡이』(세움북스)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지난 8월 18일(월)에 책 출간과 관련한 북콘서트가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예수가족교회에서 있었다. 당일 북콘서트에는 150여 명의 참가자가 참석하였고 성기문 교수(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의 사회로 대담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북콘서트 주요 내용을 대담 형식으로 정리하였다.
▲ 성기문 교수(왼쪽), 김한원 목사(오른쪽) ⓒ 설요한
성기문 교수(이하 성): 바이블웍스 출판비화를 알려 달라.
김한원 목사(이하 김): 일전에 바이블웍스 강연을 종종 다녔다. 강연 당시의 강연안이 복사되어 돌고 있었고 때로는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성: 굳이 책으로 낼 필요가 있는지.
김: 만약에 필요가 없다면 나오지도 않았고 반응도 없었을 것이다. 실은 바이블웍스도 이전에 자체 매뉴얼이 4-500페이지 정도로 나왔다. 그런데 바이블웍스 6 이후에는 나오지 않았다(바이블웍스는 현재 9.0까지 나와 있고 『바이블웍스 길라잡이』는 9.0 버전을 기준으로 쓴 책이다). 당시 매뉴얼은 동영상과 여러 파일을 제공했는데 실제로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동영상을 계속 보고 있어야 하는 것도 그렇고, 영어로 된 바이블웍스를 영어로 설명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예전 매뉴얼은 검색하면 세세한 부분부터 다 알려 주는데 정작 사용자가 필요한 것은 그러한 것이 아니다. 초, 중, 고급 사용자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제공하는 것이 부족했기 때문에 매뉴얼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성: 바이블웍스 강의의 동기가 있는지.
김: 강의를 처음 시작한 것은 12-3년 전이다. 당시 바이블웍스 프로그램에는 헬라어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었는데 어떻게 하다가 방법을 찾게 되었다. 그래서 라비블(한국문서선교재단[KCBS, Korea Christian Book Service]에서 운영하는 서점)에 “사용자들이 궁금한 것에 대한 강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더니 저보고 하라고 해서 이후에 라비블, 성서공회, 총신대 등에서 강의하게 되었다. 제가 잘 알아서 강의를 했다기보다는 강의를 하면서 질문을 받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배우게 된 것이 많다.
성: 전문가가 보기에 바이블웍스는 어떤 프로그램인가.
김: 말 그대로 ‘바이블 + 웍스’다. 성경 본문을 가지고 씨름하는 프로그램이다. 성경을 자세하게 검색해도 컴퓨터에 무리가 가지 않고 빠르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성경에 히브리어 명사가 몇 개인가 등. (다른 성경 관련 프로그램인) 로고스(Logos Bible)나 어코던스(Accordance) 등 다른 프로그램은 다른 좋은 기능이 있다. 바이블웍스는 성경 원어를 종합적, 분석적으로 찾는 데에 탁월하다.
성: 국내에도 성경 관련 프로그램이 있는데 왜 (굳이 영어로 된) 바이블웍스를 사야 하는가. 바이블웍스의 유익한 점이 무엇인가.
김: 국산 프로그램에 대하여 할 말이 있다. 가능하면 국산품을 애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쓰는 프로그램의 자료가 믿을 수 있는 자료인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국내 프로그램은 사전 등의 저작권이 풀렸는지 여부도 확인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때로는 번역이 틀린 경우도 있다. 당장 사용할 때는 한글로 되어 있어서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논문을 쓴다던지 할 때 내가 보는 내용이 맞는지 확인이 어렵다. 문법 검색도 마찬가지다. 본문 자체에 문법 코딩이 되어 있는 역본을 활용해야 하는데 코딩이 되어 있지 않다. 국내 프로그램을 가지고도 스트롱코드를 통한 문법 검색이 된다. 하지만 시제, 격 등에 따라 세세하게 분석할 수 있는 국내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성: 해외 프로그램 중에서도 로고스나 어코던스 등이 있다.
김: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무엇을 사야 하나’ 하는 것이다. 바이블웍스는 무엇보다 ‘스피드’다. 성경 연구할 때 필요한 자료를 빠르게 제시하는 데에 유용하다. 어코던스는 분석에 능수능란하다. 로고스는 다양한 자료 가운데 내가 원하는 것을 화려하게 보여 준다. 가지고 있는 자료로 비교해 보자면 바이블웍스는 성경 본문을 추가 구매할 필요 없이 기본으로 제공한다. 평생 쓰지 않을 역본도 제공한다. 어코던스나 로고스는 성경 본문 관련하여 조금 더 수준 높은 번역본 자료(스트롱코드가 더 많이 들어가 있다던지, 사본 제공 등)를 위한 지출이 필요하다. 그리고 로고스 같은 경우 2-300만원짜리 패키지를 사도 끝이 아니다. 돈이 있는 대로 계속 사게 된다. 바이블웍스는 (여러 패키지가 있는) 로고스와 달리 패키지가 따로 없다. 물론 사전 등 일부 유료 모듈이 있다. 바이블 웍스는 윈도우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덕분에 국내에서 많이 보급되었다. 작년에 맥OS가 지원되기 시작했다. 90% 이상은 맥OS에서도 적용된다. 어코던스는 작년 10월까지는 맥OS에서만 돌아갔다. 지금은 스마트폰 계열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로고스는 모든 OS, 기기에서 사용 가능하다.
성: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사용자가 적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김: 책을 내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메일을 받았다. 한국에서 정품을 사는 비율을 보니 책이 망할 것 같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적은 이유는 아마도 영어와 원어에 대한 부담감이 아닐까 한다. 메뉴도 영어로 되어 있고 원어 성경과 외국어 성경을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바이블웍스가 그렇게 많이 보급되었는데 왜 그렇게 적게 사용되고 있는가에 대해 어떤 분은 ‘매뉴얼이 없어서’라는 리뷰를 올리기도 했다.
성: 책을 쓰면서 어떤 점에 중점을 주었나.
김: 실질적인 측면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초, 중, 고급자에 맞게 내용을 적절히 안배했다. 그리고 바이블웍스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의외로 많았다. 가지고는 있는데 사용할 줄 모르는 것이다. 혹시 바이블웍스 7.0이나 8.0 사용자도 도움이 되는지 물어본다면, 기본 기능은 동일할 것이다. 본사에 바이블웍스 10을 낼 계획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당분간은 개발 계획이 없고 10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비해 획기적으로 인터페이스가 바뀔 일은 없다고 하였다. 3부는 바이블웍스 실전에 관한 것이다. ‘어떻게 검색하느냐’의 쉬운 질문부터 상대적으로 어려운 질문까지 망라했다. 아마 이 부분부터 보면 쉽게 접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성: 설교자에게는 어떤 도움이 되는가.
김: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알겠는데 설교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이에 대답하자면, 우선 제가 설교자다. 저는 딱 목사 되는 공부만 하고 목회했다. 그런데 한 주에 설교를 엄청 많이 해야 하는 시기가 있었다. 돈도 없고 책도 없었다. 바이블웍스 하나만 가지고 설교준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바이블웍스를 쓸 때) 원어를 잘 알아서 바이블웍스를 쓰게 된다기보다는 바이블웍스를 쓰면서 원어에 익숙해진다. 종이로 인쇄된 히브리어 텍스트를 사전을 찾아 가면서 본다고 하면 힘들다. 원어 성경을 보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쓰면 원어의 의미를 알기 쉽다. 원어 위에 커서를 가져다 대면 최소한 그 원어가 어떤 의미인지를 알게 된다. 쓰다 보면 원어 이해와 성경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그리고 번역 성경을 보면서도 그 의미가 쉽게 다가오게 된다. 길라잡이나 바이블웍스나 설명을 해 주는 것이다. 어떻게 원어의 장벽을 넘는가 하는 도구가 바이블웍스고 바이블웍스라는 장벽을 넘도록 도와 주는 것이 길라잡이 책이다. 저 자신이 눈물나는 그 시절을 바이블웍스를 사용하며 준비했고 실제로 큰 도움을 얻었다.
성: 히브리 성경은 하나의 단어인데 성경에는 다양하게 번역된 경우가 있다. 바이블웍스를 통해 한 단어가 어떻게 번역되었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김: 바이블웍스에는 영역본이 많다. 우리가 히브리어, 헬라어를 안다고 해도 영역본보다 탁월하게 번역하기는 쉽지 않다. 히브리어나 헬라어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여러 영역본을 보면서 원어가 어떤 의미였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바이블웍스가 300개 역본 대조 성경, 평행구절 대조성경 등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성: 선교지에서 어떻게 바이블웍스를 사용할 수 있는가.
김: 바이블웍스는 선교지에서 유용하다. 영어뿐만 아니라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등 타언어도 설치가 가능하다. 내가 원하는 역본을 설치할 수도 있고 빼낼 수도 있다. 저는 선교 관련하여 10여 년간 말레이시아 소수민족이 사용하는 성경을 설치하였다. 덕분에 성구사전 등을 만들 필요가 없었고 신학적 작업도 할 수 있었다. 바이블웍스는 선교지에서 바른 말씀을 전하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길라잡이를 준비하면서 K국, C국 등에서 선교사 훈련 과정 가운데 바이블웍스를 배우는 과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청도 있었다.
성: 바이블웍스가 퍼지면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가.
- 말씀이 증거되어야 할 자리에서 병이 낫는다는 이야기를 한다던지, 어제 본 스포츠 이야기나 하고 있다던지 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말씀을 말씀대로 전하고 싶은 것이 목회자의 소망이다. 그런데 왜 다르게 전하는가? 환경이 그럴 수밖에 없다. 바이블웍스가 있으면 이런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말씀을 보는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성: 향후 일정이 어떻게 되는가.
김: 자체적으로 1차 세미나를 계획하고 있다. 9월 1일 광화문 근처에서 세미나를 한다. 바이블웍스 까페도 개설했다.
▲ 바이블웍스 길라잡이 북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 설요한
설요한 기자 juicecre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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