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요한 기자
8월 11일(월)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중앙교회에서 한국성경신학회 제34차 논문 발표회가 열렸다. 이 날 주제는 “로마서 주해와 설교”였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류스 대학교의 스캇 해프먼(Scott Hafemann) 박사(신약신학)가 “이방인들을 위한 이스라엘의 구원: 로마서 15:7-13”,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권해생 박사(신약신학)가 “로마서에 나타난 3가지 유형의 ‘제물’에 관한 연구(롬 3:25; 12:1; 15:16)”,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의 김진옥 박사(신약신학)가 “바울서신에 나타난 참여 형체(롬 8:28-30)에 대한 고찰”,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이승구 박사(조직신학)가 “칭의와 구원 문제에 대한 제임스 던의 견해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발표하였다.
정교한 구약 인용을 통해 바울이 설명하는 구원
스캇 해프먼 박사는 로마서 15:7-13을 설명하는 “이방인들을 위한 이스라엘의 구원”이라는 발표를 통해 “로마서 15:7-13에는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부르심과 부름받은 백성으로서의 변화된 삶이 나타나 있으며 이 부분이 로마서 전체의 절정”이라고 주장하였다.
해프먼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바울은 15장 7절 하반절에서 권유를 하고 그 근거로 7절 상반절을, 8-9절 상반절에서 그리스도의 예를 들고 그 근거로 9절 하반절-12절을 든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기도를 13절에서 제시한다.
해프먼 박사는 “신약을 해석하는 열쇠는 구약에 있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는 “이방인으로서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이해하는 방식은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이고 “바울 자신이 구약을 상당히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프먼 박사에 따르면 “바울은 구약을 맥락 없이 인용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로마서 15:9-12에서 잘 나타난다. 바울이 로마서에서 인용한 구약의 본문은 각각 시편 18:49(9절 하반절), 신명기 32:43(10절), 시편 117:1(11절), 이사야 11:10(12절)이다. 해프먼 박사는 “이 네 개의 본문은 각각 율법서, 선지서, 시가서에서 인용한 것으로 이는 바울 시대에 유대인들이 구약을 구분했던 방법이고, 바울은 이를 인용하여 구속사 가운데서 이방인의 역할에 대해 정교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로마서 15장 9절 하반절과 12절은 각각 다윗의 자손에 대한 과거와 미래를 가리키고 10절과 11절은 현재 이방인들을 향한 명령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에 따라 해프먼 박사는 “하나님께서 과거에 행하신 일들과 미래에 행하신 일들은 현재 그의 백성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규정한다”고 설명하였다.
해프먼 박사의 논지는 결국 “로마서 15:9-12, 즉 구약이 근거가 되어 유대인과 이방인을 받으셨다는 것이 바울이 말하는 하나님의 구원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이해에 따라 “로마서 15:7이 말하듯 로마의 기독교인들은 현재 서로를 받음으로써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유대인과 이방인을 받으시는 미래의 종말론적인 경험을 미리 맛보는 삶을 산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하나님 백성의 하나됨은 세계를 향한 우리의 증거가 되고 이것이 선교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화목제물, 몸의 제물, 이방인 제물로서의 그리스도인의 삶
권해생 박사는 “로마서에 나타난 3가지 유형의 ‘제물’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로마서에서 제물 모티프를 통해 말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해 설명하였다. 권 박사에 따르면 바울은 바울은 제물 모티프를 통해 “유대교와 구별된 기독교 제사를 정립하려 하였고, 청중들에게 신앙과 예배, 삶에 대한 특별한 권면을 하고 있다.”
권 박사가 분석한 로마서의 3가지 제물 모티프는 각각 화목제물(롬 3:25), 몸의 제물(롬 12:1), 이방인 제물(롬 15:16)이다. 화목 제물을 통해 바울은 “그리스도의 죽음이 죄를 깨끗하게 하고, 하나님의 진노를 누그러뜨리는 유대 대속죄일의 지성소 사역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몸의 제물을 통해서 바울은 “1) 그리스도인의 예배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보여 주신 하나님의 자비에 대한 사려 깊은 반응, 2) 이 예배는 성전 안에서 이루어지는 의식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구체적인 삶에서 이루어지는 예배, 3) 이 예배는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세상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생각하고 분별하여 실행하는 모습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말한다. 이방인 제물을 통해 바울은 “자신의 이방인 선교 사역을 하나님을 향한 예배로 간주하며, 이방인을 전도하며, 하나님께 바치려 한다.”
권 박사는 “3가지의 제물 모티프를 통해 우리는 1) 유대인과 이방인의 분리로 인한 차별, 2) 수직적 예배와 수평적 예배의 단절, 3) 윤리와 복음 전도의 분리라는 3종류의 이분법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바울 서신에 나타난 ‘참여 형체’
김진옥 박사는 “바울서신에 나타난 참여 형체에 대한 고찰”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로마서 8:28-30, 특별히 29절에 등장하는 단어인 ‘숨모르포스’(συμμορφος)에 대해 논하였다.
김 박사는 한글 개역성경에서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게 위하여 미리 정하셨다”고 번역하고 있는 부분을 “그의 아들의 형상에 대한 참여 형체로 예정하셨다”고 이해할 것을 제안하였다. 김 박사는 “숨모르포스가 명사형이라는 것, 그리고 이것이 가지고 있는 특화된 의미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아울러 김 박사는 로마서 8:28-30의 문장구조를 분석하여 “이 전체 문장을 통해 바울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것, 곧 하나님께서 예정하심 가운데 성도들을 규정하신, ‘그의 아들의 형상의 일체적 참여’에로 집중된다”고 설명하였다.
김 박사는 ‘참여 형체의 의미적 규정’에 대하여 로마서 8:29 이외의 바울 서신의 여러 부분을 통해서 설명하였다. 빌립보서 3:20-21을 통해 “하늘의 시민권이 그리스도 예수의 영광스러운 몸에 참여하는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에베소서 1:9-10을 통해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만물이 규율되며 그를 머리로 통일되는 연합의 모습 속에서 성도가 예정된 부르심의 자리인 참여 형체의 성격을 간접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데살로니가전서 4:16-18을 통해서는 “그의 아들의 형상의 참여 형체의 구체적인 모습을 재림 때에 공중에서 성도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영접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각각 설명하였다.
김 박사는 ‘참여 형체’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하면서 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 로마서 8:29와 빌립보서 3:21이 언급하고 있는 ‘숨모르포스’(참여 형체)는 우리의 낮은 몸이 그리스도의 영광의 몸으로 변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그렇다고 이것이 그리스도와 동일한 신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본체에 참여한다는 것은 그를 머리로 통일되어 규율됨을 의미한다. ▲ 또한 영원한 보편적인 교회를 이루어 함께 그리스도와 연합함을 의미한다. ▲ 참여 형체의 완성 시점은 성도가 부활하여 공중으로 들어올려져 그리스도를 영접할 때이다. ▲ 우리는 그리스도를 영광 가운데 영접하며, 천국 혼인잔치에 비견되는 이 영접식은 부활한 성도가 어떻게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그 영광의 본체를 이루는지에 대한 정확한 그림을 그려 준다.
종교개혁 전통의 이해와는 다른 제임스 던의 율법관과 칭의관
이승구 박사는 바울에 대한 새 관점과 관련하여 제임스 던(James Dunn)의 구원관을 고찰하였다. 특별히 이신칭의와 관련한 로마서 2장 6-7, 10, 13-14, 26-27절, 3장 27-28, 30-31절, 4장 2-3, 5-6, 11, 13, 21-25절, 5장 1-2, 9절에서 나타나는 던의 주해의 특징을 분석하였다.
이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던은 ‘하나님의 의’를 로마서에서는 단번에 옳다 하고 효과가 영원히 미치는 것으로 여겨진 경우가 없고 오히려 하나님이 받아 주시고, 유지하시고, 종국적으로는 옳다고 인정하시는 은혜를 지칭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던은 율법의 행함, 즉 바르게 듣고 그것을 따르는 것이 하나님 앞에서의 종국적 의로움을 인정받음에 필수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율법의 행위가 최종 심판의 근거라는 것이다.
아울러 김 교수는 바울에 대한 새관점 학파의 율법관에 대하여 “새관점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율법의 행위를 통해 의롭다 함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는 부분은 유대인들이 음식법을 지킴과 안식일 준수, 특히 할례 의식을 지킴으로 자신들의 언약 백성으로서의 회원됨을 주장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특별히 율법의 행위와 칭의에 대한 던의 견해를 “할례, 음식에 대한 규례를 지키는 등의 행위로 의롭다 함을 받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지 어떤 행위를 하므로 의롭다 하심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고 정리하였다.
결국 이 박사에 따르면 던은 “유대인들의 정체성의 표지로서의 율법의 행위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마지막 심판 때에 있을 하나님의 종국적 구원 선언은 우리가 평생 행위한 것에 근거해서 주어진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박사는 던이 “종교개혁에 대한 저항이 정당하다고 하면서도 이에 대한 성경적 지지를 바울에게서 찾는 것은 해석학적 오류라고 평가한다”는 것과 “바울이 일함(working)을 전적으로 부정적으로 여기고 그리스도인에게 보상(reward)을 전적으로 배제했다고 추론하는 것은 로마서 2:10, 13, 고린도전서 3:8, 14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을 지적하며 “던의 이러한 논의는 세미-펠라기우스적인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설요한 기자 juicecre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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