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요한 기자
“그래도 교회가 희망이다.”
이러한 모토를 가진 행사가 진행 중이다. 다니엘새시대교회, 서울영동교회, 뉴스앤조이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다니엘 아카데미가 10월 30일(목) 서울영동교회에서 열렸다. 올해로 4회를 맞는 다니엘 아카데미의 이번 주제는 “그래도 교회가 희망이다”이다. 이 날 첫 주 강의를 맡은 박영돈 교수는 “일그러진 한국 교회의 얼굴”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였다.
사회와 교회, 경제성장주의로 몸살 앓고 있다
박 교수는 우선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는 것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세월호라는 비극을 통해 민족이 무언가 배우지 못하고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 이것은 민족에 대한 재앙이다.” 이어서 박 교수는 “나라의 문제와 교회의 문제가 맞물려 있다”며 사회의 문제에 교회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선 박 교수가 지적하는 사회의 문제는 ‘성장제일주의’였다. “경제성장제일주의로 인해 번영을 쫓다가 그보다 더 중요한 인간됨의 가치, 성명 존엄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를 구현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 박 교수의 문제의식이다. 아울러 “사회를 선도하고 새롭게 해야 할 교회마저도 성장제일주의 가치관에 사로잡혀 교인 수, 재정, 건물을 숭배하다가 사회의 구조적인 악과 모순에 일조하게 되었다”는 것이 박 교수의 교회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대안에 대해서 박 교수는 “교회가 절망스런 상황에 있으면서도 하나님의 역사하심으로 희망을 말할 수 있지만 이 희망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직면한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교회의 위기는 거룩을 잃은 것
박 교수가 제기한 교회 위기의 근본 요인은 “교회가 교회의 본질인 거룩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를 닮은 아름다움과 거룩을 잃었기 때문에 세상 속에서의 교회의 본질을 감당하지 못했다”는 것이 박 교수의 논지다. 박 교수는 거룩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문제로 “교회의 건강을 판단하는 척도가 영적 성숙이 아니라 교인 수 증가로 대변되는 양적 팽창이 되어 버렸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박 교수는 한국 교회 성장에 대해 반추하며 “한국 교회 성장의 신화가 초대형 교회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면 사람을 홀리는 마력이 된다”고 비판했다. 특별히 박 교수는 이러한 경향에 대해 목사이자 교수의 입장에서 목회자의 책임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큰 교회 목사는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고 하나님이 사용한 목사가 된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양적 성장을 이루신 목사는 하나님이 함께 하시지 않는, 실패한 목사라는 낙인이 찍힌다.” “목회의 성공하려는 무의식적 욕구가 하늘의 언어로 포장되기 때문에 교인들을 속이고 그들의 에너지와 자원과 열정을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보다 자신의 목회적 야망을 이루는 데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교인을 섬길 대상이 아니라 목회 성공을 위한 도구로 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진단에 이어 박 교수는 “목사들의 깊은 욕망이 회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욕망의 회심을 주장했다고 해서 박 교수의 말이 욕망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박 교수에 의하면 “욕망은 동력”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박 교수는 “참된 욕망을 추구하라”고 한다. “이 땅에서의 목회 성공과 명예, 권력보다 하나님의 영광을 사모하는 것에 최고의 가치를 두는 종말론적 영성을 추구하는 욕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특별히 종말론적 신앙을 강조했다. “신약 시대에 와서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이 성취되었지만 우리는 온전한 하나님 나라, 재림, 심판을 소망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박 교수가 말하는 종말론 신앙의 핵심이다. 그리고 “하늘을 향한 소망이 없으니 땅의 것을 추구하는 신앙이 한국 교회를 세속화시켰다”는 것이 이와 관련한 박 교수의 진단이다. “믿음이 충만한데 소망이 빠지게 되면 그 믿음은 이 세상의 번영을 추구하는 기복의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 박영돈 교수가 "일그러진 한국 교회의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하고 있다. 이 교수는 "새로운 교회는 그리스도의 얼굴을 보는 열매를 맺는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였다. ⓒ 설요한
새로운 교회는 그리스도의 얼굴을 보는 열매맺는 공동체는 이루는 것
박 교수는 “그간 한국 교회에는 대형교회 외에 다른 교회상이 없었던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박 교수가 제시하는 교회상은 “열매 맺는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여기서 열매는 그간 한국 교회의 성장 논리였던 양적 성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의 형상을 본받음으로 세상 속에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얼굴을 드러내어 보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 박 교수가 주장하는 것이다. 여기서 박 교수의 대안 제시는 우선 목회자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목사가 말씀과 성령에 사로잡혀 그리스도와 복음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여 주는 설교를 하고 교인이 그 그리스도의 얼굴을 계속해서 바라볼 때 그 형상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 교회의 일차적 원인을 강단의 문제로 보고 있는 박 교수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한국 교회 세속화의 일차적 원인은 강단에서 그리스도의 아름다움이 조명되는 복음 전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는 것이 박 교수의 진단이다.
특별히 박 교수는 종교개혁 주간을 맞이한 것과 관련하여 “한국 교회에 만연한 구원론은 종교개혁이 심각하게 왜곡된 변종 복음이고 여기서부터 한국 교회의 윤리적 타락이 시작되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믿기만 하면 구원을 받는다는 구원론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박 교수가 개혁주의 조직신학자로서 최근 몇 년 사이에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던 개혁주의 칭의론에 대한 일종의 대답이기도 하다. 개혁주의 칭의론은 성화에 대한 강조가 현저히 떨어지는 구원파적 칭의론과는 다르다는 것이고 한국 교회는 이 칭의론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박 교수는 교회 공동체에 대해서는 “성령 안에서의 공동체의 교제가 회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박 교수가 교회의 세속화 원인에 대해 우선 강단의 문제를 제기하기는 했지만, 박 교수가 교회의 회복으로 성령의 열매를 말할 때 그 열매는 공동체적인 것이다. 박 교수가 회복되어야 할 공동체의 모습으로 주장하는 것은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가면을 벗고 참된 얼굴을 찾는 공동체”이다. “바리새인처럼 꾸미는 곳이 아니라 서로 섬기고, 용서하고, 기도하고, 후원하는 곳”이다.
이와 관련한 박 교수는 진단은 “전통적인 교회의 구조와 목회 가운데 교인들이 가진 다양한 은사가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 데 기여하지 못하고 사장되었다”는 것이다. “모든 교인이 서로를 섬기는 목자가 되어서 함께 그리스도의 몸을 세워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박 교수는 목사의 역할에 대해서는 “목회를 혼자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성도가 각자의 은사에 맞게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 목자의 역할을 하도록 인도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이것은 전통적 형태의 목회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교회 내에서 목회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동적인 역할을 해왔던 비목회자 교인들의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교회, 하나님 나라의 평강을 세상으로 흘려내야
또한 박 교수는 “교회가 세상에 존재하는 목적은 선교다. 따라서 앞으로는 선교론적 교회론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하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서 박 교수가 말하는 선교는 “모든 성도가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의 정신을 접목시키는 사역을 감당하는 것”이다. 이것은 앞서 말한 ‘성령 충만한 공동체’와 관련이 있다. “교회가 성령으로 충만하면 사랑과 희락과 평강을 세상에 흘려보내는 이동성전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지론이다.
특별히 박 교수는 교회의 평강이 세상에 흐른다고 하는 부분에서 ‘구제’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하나님의 시선이 낮은 곳, 소외된 곳, 고통받는 곳에 있기 때문에 교회의 샬롬을 흘려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박 교수는 개교회주의의 문제를 제기하며 “교회가 선물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개교회주의를 타파하고 자기 교회 성장을 위해서만 썼던 재물을 아무런 보상을 바랄 수 없는 가난한 자를 돕는 일에 헌신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강연 말미에 박 교수는 교회의 본질과 사명에 대한 본인의 논지를 정리하였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국 교회는 모이는 역할을 잘 한다. 중요하다. 하지만 흩어지는 역할은 잘 하지 못한다. 모이는 교회에서 하나님 말씀으로 충만을 받고 도전을 받고 나아갈 길을 제시받고 나아가야 한다. 냉혹한 경쟁사회의 정글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참된 증인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령으로 충만해야 한다. 세상을 이기신 주님과 매일 동행해야 한다. 이는 실천하기 어려운 것 같지만 하나님 은혜로 가능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쉬운 것이기도 하다.”
다니엘 아카데미 향후 일정
10월 30일 박영돈 교수의 첫 주 강의를 시작으로 11월 27일까지 매주 목요일 서울영동교회에서 계속되는 다니엘 아카데미의 향후 일정은 다음과 같다.
2차(11월 6일):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교회(이정주 박사, 분당우리복지재단)
3차(11월 13일): 커피로 하나님과 세상을 잇는 문화공간(정동철 대표, 카페 잇다)
4차(11월 20일): 복음과 변혁공동체(김형국 목사, 나들목교회)
5차(11월 27일): 하나님 나라를 증언하는 공동체의 삶(최철호 목사, 아름다운마을공동체)
설요한 기자 juicecre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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