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요한 기자
10월 28일(화) 서울시 중구에 있는 열매나눔재단에서는 “세월호 참사 앞에 선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주제의 강연이 있었다. 강연자는 역사가 이만열 교수(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번 강연은 “바른교회아카데미”가 주관하는 “테마가 있는 신학강좌” 4주 강연기획의 마지막 순서였다.
▲ 이만열 교수는 "세월호 참사 앞에 선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주제로 세월호 사건 및 한국 교회의 과제에 대해 발표하였다.
이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세월호 참사가 다루어지는 과정을 전반적으로 살핀 후 이와 관련하여 한국 교회가 나아갈 길에 대하여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 책임 규명이 가장 시급해
이 교수의 세월호 참사 관련 강연 전반부는 그동안 사회에서 회자되었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었다. 이 교수는 우선 “세월호 사건을 처리하는 상황을 보면 진실규명에 대한 무수한 말과 달리 전혀 달라지고 있는 것이 없다”고 지적하며 “오히려 지금은 어느덧 세월호 피로감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세월호 참사에 대하여 “책임을 명확하게 규명할 것”을 강조하였다. 특별히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사고 초기 골든타임을 놓친 이유를 규명해야 함에도 정부는 유병언을 쫓는 등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려 놓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관련자 처벌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정부 말만 믿으라고 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사건의 진상을 명확하게 규명하지 않으면서 사건의 초점을 다른 곳으로 돌려 놓고, 관련자에 대한 처벌은 없이 사건을 유야무야 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이 교수는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 교수는 특별법의 당위에 대해서는 “일반법 가지고 안 되니까 특별법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특별법의 핵심으로는 그간 계속해서 언급되었던 “수사권와 기소권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세월호 반대 논리로 언급되었던 “특별법이 법 체계의 혼란을 가져온다”는 반론에 대해서는 “실은 그동안 이루어졌던 특검이야말로 전부 특별법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상의 내용은 이미 세월호 특별법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을 때에 이미 정리된 내용으로 이 교수가 강연 중 다시 화두로 올린 것이었다.
이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통한 과제로 ▲ 비대해지는 정부 권한에 대하여 시민의 민주적 역량을 키워 나가는 방법의 필요성 ▲ 신자유주의 풍조로 인한 자본의 힘이 공권력, 사적 영역에 파고드는 상황에 대한 대책 ▲ 재난에 대처하는 역량, 특별히 중앙의 컨트롤타워와 현장의 독립적 기능 사이의 문제 등을 지적하였다. 특별히 재난대책 매뉴얼에 대하여 “노무현 정부 때 안보와 국가재난을 종합하여 2800여 개의 매뉴얼을 만들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1/3을 폐기한 것이 이런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리스도인, 세상이 돌아가는 일에 면밀히 관심 가져야
이 교수는 세월호 사건에 대한 개괄을 한 후에 강연의 방향을 한국 교회가 나아갈 길로 돌렸다. 그동안 이와 관련하여 한국 교회에서는 어떤 목사들의 막말 행태, 하나님의 뜻에 관한 논의 등이 이슈가 되었다.
한국교회가 나아갈 길을 언급하며 이 교수가 우선 언급한 것은 “하나님의 뜻”에 관한 논의였다. 세월호 참사 뿐만 아니라 역사 가운데 나타나는 고난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보는 주장에 대한 논의였다. 이 교수는 이와 관련하여 예수님의 사역과 유다의 행위, 사도들의 사역과 유대 지도자들의 박해, 요셉의 일생과 형제의 행위 등을 사례로 언급하였다. 이것은 하나님의 섭리를 말한다 할지라도 유다의 행위, 유대 지도자들의 박해, 요셉의 형제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사례를 제시하는 것이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신학적 설명에 대하여 이 교수는 “성경을 가지고 말할 때 사람의 잘못을 하나님의 울타리로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 수많은 사람이 죽은 일을 하나님이 하신 일로 해석하는 순간 그 사건의 도덕적 책임을 묻는 일은 중단되어 버리고 만다.” 하고 주장하였다. 아울러 ‘하나님의 뜻’과 관련하여 얼마 전 이슈가 되었던 문창극 전 총리 후보의 발언에 대한 기독교계 내의 논쟁에 대하여 이 교수는 “문창극의 발언을 (누군가는) ‘성경적 민족사관’이라고 하나 역사학계에서는 이를 ‘친일식민사관’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민족의 비극을 하나님의 뜻으로 단정함으로써 그 역사 속에서 억압과 착취를 당했던 사람들의 고난을 간과하거나 정당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이 교수가 언급한 것은 “그리스도인은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교수는 마태복음 5:37, 마태복음 16:2-4, 누가복음 12:54-57 등을 들며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그리스도인으로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라고 하신다. 옳은 것은 판단하고, 옳은 것을 예라고 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하라고 하신다. 우리 나라에서 보수주의자들이 정교분리를 내세우고 정치문제, 사회문제에 대해 기독교인이 발언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 이미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지 않았다.” 하고 주장하였다. 아울러 “때를 의식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자기 시대의 식민지적 상황에 대한 냉철한 통찰력을 가지라는 당부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동안 정교분리를 강조받아 온 한국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이런 설명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말씀은 자기 시대의 상황을 외면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인 양 자기변명적 태도를 취해 온 이들에게 다시 자기를 점검하라는 말씀일 수 있다.” 하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하여 이 교수는 언론인과 지식인, 목사에 대해 질타하기도 했다. 예레미야 5:30-31을 언급하며 이 교수는 “오늘날 선지자는 목사뿐 아니라 언론인, 지성인도 해당한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거짓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의 주류 언론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사람들의 이목을 가리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경제강국으로 발전했다고 열창하면서도 자살률이 세계 1위인 것은 말하지 않는다. 사람을 자살로 몰아가는 구조적 사회악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면서 생명외경에 대한 개인적 책임만 강조하고 있다면 거짓 예언자와 같다”, “현혹하는 말인 줄 알면서도 복을 강조하는 종교인들을 환호하는 것이 오늘날의 세태다.” 등의 말을 통해 강하게 비판하였다.
한국 교회가 나아갈 길에 대해 이 교수가 세 번째로 언급한 것은 “한국 교회가 십자가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교수는 “한국 교회는 지금 십자가의 길 대신에 십자군의 길을 걷고 있다. 스스로 죽는, 십자가 앞에서 날마다 죽는 길이 한국 교회의 길이다.” 하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가 제시하는 두 가지의 길은 “가난을 실천하는 것”, “풀뿌리 작은 교회를 만드는 것”이다. 교회가 세상과 분리되는 현실 가운데 지역에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작은 교회일 수밖에 없는 것이 이 교수의 지론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 교수는 “윤리의식을 강조하고 근검, 절약해야 한다”는 것을 덧붙여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 교회, 영적 세속성과 잘못된 언론 보도 태도와 싸울 수 있어야
아울러 이 교수는 한국 교회가 싸워야 할 대상으로 영적 세속성과 국가 이데올로기, 세속 언론을 지적했다. 이 교수가 말하는 영적 세속성은 “교회의 일을 한다고 하면서 시장 논리, 웰빙 영성, 번영 신학, 영적 소비주의 등 세속적인 것을 그대로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하여 이 교수는 “한국 교회는 맘몬, 즉 물신과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이 교수가 지적하는 국가 이데올로기 및 세속 언론과의 투쟁은 현재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 지적한 것이었다. “사람의 의식과 무의식에 막강한 영향을 행사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는 말”이라고 설명한 이 교수는 “현재 언론에서는 ‘세월호 피로감’ 등을 운운하면서 정말 국민에게 피로감을 심어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별히 이 교수는 사회 일각에서 돌고 있는 ‘종북좌파’라는 표현에 대해 “북한을 따르자고 누가 그러는가? 그런데 조금 비판적인 말만 하면 종북이라고 한다. 그러니 지식인들이 자기 검열을 해야 한다.” 하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한 교회의 역할에 대해 이 교수는 “교회의 목사는 종북이니 좌파니 하는 비난에 흔들림없이 자기 할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언어로 인해 형성된 비현실적인 사회를 깨뜨릴 수 있다.” 하고 주장하였다.
설요한 기자 juicecre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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