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을 환영합니다.
최종편집
단상
2016.09.19 08:52

아깝다, 아깝다

조회 수 78 추천 수 0 댓글 0

동기 목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지하철을 타기 위해 플랫폼에 서 있었다. 그때 내 옆에 선 할머니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여? 고기 다 썩겠네?” 하며 투덜거린다.

할머니에게 “멀리 가시는 모양이지요?” 하고 물었다.

그러니 말한다.

“김해까지 가요. 멀리 가야 하는데, 생선 상할까봐 걱정이네요.”

“생선 사실 때에 얼음을 재워 달라 하지요?”

“그랬어요. 그래도 걱정이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지하철은 곧 올 것이고 그 안이 시원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그런데 언제 풍을 맞았소? 아직 젊은 것 같은데...”

“어릴 때 그런 거예요. 어릴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살아왔어요.”

그러자 측은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아깝다, 아깝다.”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다. 어릴 때에 어른들에게 그 말 참 자주 들었다. 어른들은 내 얼굴을 보며 쯧쯧 혀 차며 그런 말 자주 했다. 그래서 웃으며 할머니에게 말했다. “제 얼굴이 잘 생기긴 했지요? 근데 전 괜찮아요. 살면서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지금은 잘 살고 있어요. 할머니, 저 괜찮아요.”

그러는데도 계속 주문 외듯 말한다.

“아깝다, 아깝다, 아깝다.”

할머니는 정말 무엇이 그렇게도 아까운 것일까? 할머니의 거듭 되는 아깝다는 말에 여러 생각이 오갔다. 그러다가 미처 할머니에게 답을 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할머니에게 이런 말을 전해주고 싶다.

“할머니, 너무 아까워하지 마세요. 할머니 보기에 어떨지 모르지만 이런 모습으로도 저는 지금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어요. 그것으로 저는 감사해요. 지난 날 많이 힘들고 어려웠지만, 그 때문에 많이 헤매고 화를 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잘살고 있어요. 남은 날 동안, 그것이 얼마나 될는지 모르지만, 하나님께서 제게 두신 뜻을 따라 그 뜻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 거예요. 그러니 아깝다, 안타까워만 하지 말고 격려해주세요. 잘하라고, 잘할 것이라고 그렇게 응원해주세요. 그러면 더 잘할 거예요.”


  1. 하나님이 일하신다

    Date2017.03.16 By정용균 Views342
    Read More
  2. 장애는 조금 불편할 뿐이다?

    Date2017.03.06 By정용균 Views115
    Read More
  3. 교회와 장애인

    Date2017.02.15 By정용균 Views199
    Read More
  4. 보듬음

    Date2017.02.05 By정용균 Views80
    Read More
  5. 결혼하고 싶지 않나요?

    Date2017.01.12 By정용균 Views95
    Read More
  6. 얼굴

    Date2016.12.31 By정용균 Views82
    Read More
  7. 장애인과 장애우

    Date2016.11.19 By정용균 Views435
    Read More
  8. 노후대책

    Date2016.11.07 By정용균 Views137
    Read More
  9. 장애인과 놀고 먹는 사역

    Date2016.10.30 By정용균 Views100
    Read More
  10. 나눔은 가진 것과 상관없다

    Date2016.10.15 By정용균 Views80
    Read More
  11. 목사님, 사랑이 뭐예요?

    Date2016.10.07 By정용균 Views143
    Read More
  12. 아깝다, 아깝다

    Date2016.09.19 By정용균 Views78
    Read More
  13. 아직 기회는 있다

    Date2016.09.11 By정용균 Views422
    Read More
  14. 장애인사역, 그 길 위에서

    Date2016.09.08 By정용균 Views64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
사설
[사설] 성찬상을 모독하지 마라
[사설] 제7차 개정헌법 헌의안, 총...
[사설] 총회장은 교단의 수장이 아...
[사설] 명예집사와 명예권사, 허용...
[사설] 총회가 계파정치에 함몰되지...
[사설] 최근에 일어난 고려신학대학...
세계로교회 예배당 폐쇄 조치를 접하며 3
[사설] 총회(노회)가 모일 때 온라...
총회가 졸속으로 진행되지 않으려면
[사설] 누가 고신교회의 질서와 성...
칼럼
왕처럼 살고 싶습니까? 왕처럼 나누...
푸틴의 머릿속에 있는 그림
백신 의무 접종과 교회 (3부)
백신 의무 접종과 교회(2부); 교회...
백신 의무 접종과 교회 (1부)
우리 악수할까요?
두려움으로부터의 해방 (Peter Holt...
관심을 가지고 보십시오.
동성애 문제에 대한 두 교단의 서로...
하나님께서는 역사의 잘못을 통해서...
기고
고재수의 삶과 고신 교회
고재수 교수의 가르침과 우리의 나...
고재수의 신학과 고신교회
동료로서 본 고재수 교수의 고려신...
고재수 교수의 한국 생활과 사역
고재수 교수의 생애
10월 27일, 어떻게 모일 것인가?
10월 27일 광화문 집회 논란을 통해... 1
캐나다에서 동성애를 죄라고 설교할...
10월 27일 광화문 집회 논란을 통해...
논문
송상석 목사에 대한 교회사적 평가 ...
송상석 목사와 고신 교단 (나삼진 ...
송상석 목사의 목회와 설교 (신재철...
네덜란드 개혁교회 예식서에 있어서...
제7차 헌법개정초안(2022년 6월) 분...
제7차 헌법개정초안(2022년 6월) 분...
제7차 헌법개정초안 예배지침 부분...
제7차 헌법개정초안(2022년 6월) 분...
SFC 강령의 “전통적 웨스트민스터 ...
지역교회의 적정 규모(規模 size)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