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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에 부산으로 내려와 장애인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먼 길을 돌아 결국 장애인선교 현장으로 다시 오게 되었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본의 아니게 장애인선교 현장을 떠나게 되었다. 따지고 보면 신학을 한 것도 장애인사역을 더 잘 감당하기 위한 방편인데 말이다.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돌아보면, 장애를 가지고 살아온 내 삶은 늘 그랬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 못하여 많은 시간 하릴없이 보내었다. 억울하고 답답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무작정 상경하여 장애인사역을 시작한 것은 그 이유 때문이다. 삶을 위한 자구책이었다.

 

그렇게 삶에 떠밀려 상경하면서 하나님 앞에 두 가지를 결심하였다. 하나님과 맞짱이라도 뜨고 싶었다. 그래서 그 결심은 사명감보다는 오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하겠다. 그 하나는 결혼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평생 장애인을 위해 살겠다는 것이다. 그 결심 가운데에 하나는 깨어졌다. 신대원에 들어가니 결혼하지 않으면 목사안수를 안 준다는 얘기가 들렸다. 무엇 때문에 그런가 생각하고 고심하다가 하나님께 결혼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약속을 어긴 셈이다. 그러나 다른 하나, 평생 장애인을 위해 살겠다는 결심은, 물론 장애인선교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장애인을 위한 삶은 아니겠지만, 내 의식 속에서 떠나지 않고 자꾸만 부담을 안겨주었다.

 

그 부담감을 안고 십수 년을 살았다. 그런데 장애인선교 현장으로 다시 돌아갈 기회가 왔을 때에 그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 대학을 졸업하고 장애인사역을 위해 무작정 상경하던 때처럼,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참 많이 고민하고 망설였다.

 

모세는 애굽을 떠난 지 40년 만에 호렙산에서 여호와의 부름을 받고 애굽으로 돌아간다. 40년이란 세월을 지나면서 모세는 여러 모양으로 단련되고 다듬어졌을 것이다. 그것이 있었기에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부족하고 서툰 점이 많다. 아직도 덤벙대기를 잘한다. 그것이 먼저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역 환경이 너무나 많이 달라져 있었다. 장애인복지는 예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고, 장애인부서를 만들어 장애인을 섬기는 교회도 그만큼 많아졌다. 그 속에 장애인선교라는 이름으로 뭘 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다가 그 생각을 존경하는 목사님에게 털어놓았다. 그러니 그가 이렇게 말했다. “책상머리에서 고민만 하지 말고 현장 속으로 들어가 고민하고 갈등하며 일을 찾으라.” 그 말에 할 말이 없었다.

 

결국 그 말에 떠밀려 부산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책상머리에 앉아 고민하지 말고 현장 속으로 들어가 일을 찾으라는 그 말을 따라 사역을 감당하고 있지만, 사역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 이 시대에 장애인 선교 사역이 정말 필요한가, 장애인 사역이 이 시대에도 필요하다면, 어떤 모양으로 서 가야 하는가, 그것을 두고 여전히 고민하고 씨름한다.

 

그 속에서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무턱대고 사역의 외연에 집착하지 말자는 것이다. 남 따라 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지금 하는 사역이 ‘본질’에 얼마나 충실한 것인가, 그것에 바탕을 둔 것인가, 그것을 끊임없이 살피고 돌아보려고 한다. 요즘 내가 붙드는 한 가지는, 장애인, 그들 곁에서 그들과 함께 웃고 그들과 함께 우는 친구가 되자는 것이다. 한웅재 목사가 ‘소원’이라는 노래에서 고백하듯이 내 사역이 높이 솟은 산이 되기보다는 누구나 오름직한 동산이 되고 누군가의 길을 비춰주는 것이 되기를 소원한다.

 

나는 그것이 즐겁다. 여전히 어떻게 사역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그 고민을 안고 사역하고 있지만 복음 안에서 장애인들을 만나 그들과 삶을 나누고 교제하는 것이 행복하다. 그 생각들을 여기에 풀어놓고 싶다. 현장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래서 교회와 하나님나라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그 기쁨을 나누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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