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탐구포럼 8회 “페미니즘 시대의 그리스도인”
윤웅열
지난 6월 4일 한국교회탐구센터에서 주최하는 교회탐구포럼 8회 “페미니즘 시대의 그리스도인”이 열렸다.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 운동의 거센 물결, 또 여성안수 허용 등 여러 이슈들 때문일까? 이번 교회탐구포럼 주제를 페미니즘으로 잡았다.
발표는 송인규 소장, 양혜원 박사, 정재영 교수, 백소영 박사가 맡았다. 페미니즘 포럼임에도 남성이 2명이나 배치되었다. 하지만 2명의 남성은 발표 하면서도 “찬조출연,” “깍두기”라는 표현을 쓰면서 자신들이 메인 발표자가 아님을 확인시켰다. 실상 송인규 소장의 발표는 역사 흐름을 정리했을 뿐 평가 내리는 일을 자제했다. 정재영 교수 역시 통계를 분석했을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포럼의 주 발표자는 양혜원, 백소영 두 분이 분명하다.
첫 발표는 송인규 소장의 “여성을 향한 복음주의의 4가지 시선”이었다. 정확하게는 미국 복음주의 내 4가지 입장이다. 4가지 입장은 “가부장제,” “상보론,” “평등론,” “페미니즘’이다. 각 입장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아래 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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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적 |
진보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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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 |
상보론 |
평등론 |
페미니즘 |
남성-여성 관계 |
남성이 여성의 머리 |
권위와 사역: 남녀 평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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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권위 발휘 영역 |
없음 |
사회 |
가정, 교회, 사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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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아버지 이미지 |
권위주의적 통제자 |
권위적 봉사자 |
평등한 동반자 |
그렇다면 복음주의 내 주요한 모티프인 “창조, 타락, 구속”에 대해서는 각각이 어떤 입장을 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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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 |
상보론 |
평등론 |
페미니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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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 |
남녀는 창조 시부터 권위의 면에서 다르게 창조됨
여성은 남성을 돕는 보조적 역할을 감당함 |
남녀는 권위의 면에서 아무런 차이 없이 동등하게 창조
여성과 남성은 동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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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 |
남성은 정해진 것 이상으로 여성을 압제
여성은 남성에게 예속되거나 남성의 권위에 반항 |
타락 때 남성과 여성 사이에 권위-신분 차이가 생김.
남성이 여성을 다스리는 위치에 놓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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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
남성이 여성에 대한 압제는 불식. 그러나 머리에 대한 위치는 행사. 고전11:3. 엡 5:23
여성 역시 굴종과 예속이 아니라 성경의 교훈에 따라 섬김. 엡 5:22 |
남성과 여성은 하나가 됨. 갈 3: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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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
남성의 희생적 사랑과 보호 |
남성과 동일한 직책/기능 허용 |
하나님에 대한 호칭 및 여성 해방 위주의 동성애 인정. |
송인규는 각 입장들의 주요한 견해, 적용점들, 대표자-교단 등을 정리한다. 정리된 내용을 보면 논문을 읽는 자신이 어느 입장에 가까운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최근에 나온 여성 리더십 논쟁(새물결플러스, 2017)과 병행해서 읽으면 더 입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입장차이는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는 복음주의 내에서 일어난 일임을 기억해야 한다. 남성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자유주의자나 비그리스도인으로 몰아가는 것은 분명 어려움이 있다.
송인규는 가부장제에 대해서 부정적 평가를 내린다. 페미니즘 운동에 대해서도 미국 복음주의 내에서 겪었던 어려움(동성애 문제를 비롯한 이유로) 때문에 적극 지지하기 어렵다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남는 형태는 상보론과 평등론이다. 각 입장별로 내가 안도할 수 있는 부분과 마음의 불편함을 주는 요소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래서 그는 제3의 길을 제안한다(페미니즘 시대의 그리스도인, 54-60).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왠지 그는 존 스토트를 중심으로 한 평등-상보적 종합을 온건한 형태로 지지하는 듯 하다(현대 사회 문제와 그리스도인의 책임 371-77 참고).
두번째 발표는 양혜원 박사의 “Pathmaker세대, 여성을 말하다”이다. 양혜원 박사는 번역가로 크게 알려졌고, “교회 언니, 여성을 말하다”(2012, 포이에마) 저자로 유명하다. 나도 이 책을 지난해 읽으면서 발표자에게 크게 관심을 가진 케이스다. 본인 저서에 기록한 것처럼 한국교회 내 보수적인 배경을 지닌 여성이 여성학-페미니즘을 어떻게 수용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강연과 수록된 논문에서 다양한 주제가 많지만 핵심 사안은 전통적인 신학과 페미니즘의 조우-화해는 어렵다는 점이다. 양혜원은 각각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고 평가하며 페미니즘 보다 기독교라는 종교가 더 높고 넓은 개념으로 판단한다.
그렇다면 전통 기독교 신학과 페미니즘이 어떻게 대화할 수 있을까? 해석학에서도 주요한 내용이지만 통약가능성 즉 대화 가능성이 필요하다. 공통의 언어, 공통의 경험이 필요하다. 양혜원은 한국교회 내 70-80년대 형성된 제자 담론을 공통 지점으로 제안한다.
발표자 본인의 경험에 기반한다. 발표자는 처음에는 제자 담론을 통해 남성-여성을 초월해 개개인이 제자로 소명을 받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라브리 간사 사역, 남편의 변화에 따라 목회자 사모가 되면서 제자 담론의 한계를 경험했다. 그래서 돌파구로 여성학을 접했다. 하지만 페미니즘 역시 한계가 있음도 경험했다. 서구 사회 중심으로 형성된 페미니즘의 “평등” 용어가 정치적이라고 파악하기 때문이다. 기독교에 있어 “평등”이 가장 주요한 목표인지, 또 “평등” 용어 이해가 동일한지 질문을 던진다.
이런 지점 속에서 “제자 담론”이 여성들에게 주는 장점이 무엇일까? 먼저 율법주의 기독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파악컨데 부정적 의미의 “근본주의 기독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둘째는 “개인의 자리”를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각 개인이 제자로 부름 받고 헌신하는 자리가 있다. 다만 이 개인에게 부당한 전통적인 요구를 하지 않을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정리하자면, 양혜원은 페미니즘과 전통적인 기독교를 구분한다. 그리고 내가 듣기에 아주 보수적인 입장인 듯하다. 핵심은 제자 담론의 긍정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페미니즘의 주장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자가 됨으로 자기 검열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개인 소명에 충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번째 발표는 “성평등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 조사 결과”이다. 교계와 관련한 여론조사 전문기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하고 분석한 결과이다. 자세한 내용을 모두 정리하기는 어렵다. 인상깊었던 것을 말하려고 한다. 이런 조사를 할 때 응답자 스스로 1-4단계로 구분하도록 한다. 1단계 기독교 입문층, 2단계 그리스도 인지층, 3단계 그리스도 친밀층, 4단계 그리스도 중심층이다. 이런 구분은 윌로우크릭 교회에서 처음 시도했다고 한다.
응답결과를 발표하면서 주로 강조했던 내용이 그리스도 중심층의 보수적인 성향이었다. 전반적인 흐름이 보수적인 전통을 그대로 수용하거나 답습하는 형태였다. 보수적인 답변들이 그리스도 중심층이 가장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교회개혁실천연대의 김애희 사무국장의 리뷰가 출간된 논문집에 수록되어 있다. 조사 분석을 남성 입장에서 했기 때문에 여성의 입장이 필요했다. 이후 논문집을 정독하며 꼭 살펴보고 싶은 내용이다.
네번째 발표는 백소영 박사의 “페미니스트 성서 해석으로 제안하는 교회 ‘제도’ 개혁”이다. 이전에 국내 대표 페미니스트가 백소영 박사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가장 기대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생각보다 보수적이어서 아주 놀랐다.
여러 내용이 있었지만 인상적인 부분은 성경 해석과 적용점들이었다. 먼저 여성들 이야기를 설교할 필요가 있다. 슬로브핫의 딸들이나 미리암, 드보라 같은 여성 리더들의 사례를 살펴보아야 한다. 눈으로 음욕을 품는 것이 죄라고 폭로한 예수님을 페미니스트 대표로 소개하기도 했다. 교회에서 서로 함께 지음 받은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남성 중심이 아닌 서로가 함께 지어져야 한다. 해석 접근에 있어서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나의 인식에 자극을 주는 좋은 사례였다.
적용점에서는 3가지를 제안했다. 먼저 여성들만의 소그룹 모임이다. 교회 내 발화 주도권이 남성에게 있다. 그래서 여성 중심으로 말할 수 있는 자리, 시간이 필요하다. 둘째는 공동체의 전제를 바꾸는 사건이다. 쉽게 말하면 약한 미러링을 남성이 경험하는 것이다. 남성이 한복을 입고 안내를 하는 방식이다. 셋째는 ‘서로가 함께’ 원칙을 기억하는 것이다.
발표가 끝난뒤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양혜원, 백소영 두 분의 견해 차에 대한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백소영 박사의 응답처럼 용어, 운동에 대한 이해 차이가 있어서 그런 듯 하다. 송인규 소장의 대답처럼 각자의 입장을 파악하고 장단점을 이해하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부분은 페미니즘과 동성애 연결 문제와도 관련있다. 페미니즘은 성 구분을 초월하고자 하는 시도이기 때문에 동성애와 매우 관련이 깊다. 그래서 보수적인 복음주의 운동에게 매우 부담이다.
양혜원, 백소영 두 분에게 한 마지막 질문은 “다음 세대(여성)에게 전할 말이 무엇인가?” 였다. 양혜원 박사가 먼저 자기 자신 안에 있는 힘을 발견하라고 했다. 생각보다 그 힘이 크다고 하며, 힘을 발견한 뒤에는 어떻게 발현할 것인지 고민하라고 제안했다. 백소영 교수 역시 이 지점에 동감한다고 하며 “살아라”는 명령과 “살려라”는 명령을 수행하라고 말했다.
포럼하는 내내 책에 자세한 내용이 실려 있다고 했다. 사실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제한된 내용만 다뤘다. 역시 책을 구매하는게 좋다. 책을 살펴보면 김애희 국장의 리뷰 뿐 아니라 출판사 IVP의 기획주간 정지영 간사의 글도 있다. 이 글은 여성 관련한 국내 책 뿐 아니라 해외 책들도 소개하고 있어 아주 유익하다. 서지 정보 글이기에 앞으로 다른 자료를 찾을 때 활용할 수 있다. 또 설문조사 항목도 마지막에 수록되어 있어 자가 조사를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여성안수 관련한 질문이 나오면서 송인규 소장이 총신, 합신, 고신 이야기를 했다. 주로 상보론 입장을 견지하는 교단들이라 평가한다. 위 교단들은 이런 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하며, 오늘 포럼에 목회자 참석이 저조한 모습이 그 증거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이 포럼에 참여한 나 자신이 대견하고 뿌듯한 동시에 씁쓸함과 부끄러움도 함께 몰려왔다. 복잡 미묘하달까. 여하튼 앞으로 이 문제는 지속될 것이다. 아마 위 교단들도 여성 안수 문제를 비롯해 거센 물결을 맞이할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Soft Landing할 준비는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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