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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개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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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법적으로 기도소이지만 괜찮아.

 

우리 교회는 지난 3월부터 모임을 시작한 '기도소'입니다. (가칭)세종시장로교회로 노회에 보고했지만, 교회법적으로 아직은 개체교회로 설립허락을 받기 이전의 지위인 '기도소'입니다. 이 지위를 저는 기쁘게 생각합니다.

 

고신교회 헌법에는 “예배 장소를 준비하고 일정한 교인들이 회집하다가 교회를 설립하고자 하면 노회에 청원하여 허락을 받아야 한다”라고 되어 있고, 그 설립 기준으로 “장년교인(원입, 학습, 세례) 20인 이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원입교인이란 예수를 믿기로 작정하고 공예배에 참석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교회법은 교회설립을 위하여 꽤 높은 기준의 법적 요건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단지 예배 장소만 마련할 뿐 아니라, 장년교인 20인 이상이 되어야 비로소 개체교회로 설립 허락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개척교회를 위한 기준으로 보자면 상당히 높은 기준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개척 사역자의 경우 이 요건에 대한 불만이 생기기도 하고, 근래에는 많은 경우 이 요건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기준은 각자 다르겠지만, 건강한 교회를 세우기 위한 어느 정도의 기준은 반드시 필요한 것 같습니다. 교회가 우후죽순 생겨났다가, 폐업신고 하듯 교회가 사라지고 없어진다면 세상 사람들에게 교회가 우습게 보일 것이며 그 이름을 두신 분의 명예도 실추하기 때문입니다.

 

가정에서 기도소로 시작하기

 

저희는 우선 가정집 거실에서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첫 모임을 시작하기 1년 6개월 전부터 충청지역에 교회를 개척하고자 타겟으로 삼았습니다. 충청지역이 개혁주의 신조를 가르치는 장로교 기반이 약하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모임 시작 6개월 전 즈음에 세종시로 지역을 정하고 먼저 저희 가정이 살 집을 구하여 이사하였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계신 지인들께 개척 계획을 알리고 세종시에 건강한 개혁주의 장로교회가 세워질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요청드렸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기도하실 수 있는 분들께는 "함께 동역할 수 있는 개척 멤버를 만나도록" 구체적으로 기도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그리고 여러 교회에 기도를 부탁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교회 개척과 선교의 사명은 개척자 개인의 일이 아닌 좀 더 공적인 교회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첫 모임을 시작하려는 날짜가 가까웠지만 한동안 좀처럼 개척 멤버를 만날 수 없었고, 뿌연 안개 속을 걷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주위의 여러 분들께서 ‘아파트 거실에 누가 오겠는가?’라는 우려도 해주셨고, 그러한 우려대로 소개를 받고도 먼저 부담스러워하시고 만남조차 거절하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희일비하지 않고 기도로 평안함을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내게 주신 사명은 종으로서의 사명이지 결코 주인으로서의 사명이 아닌 것입니다.

 

그리고 첫 모임을 통하여 몇 명의 청년들, 그리고 한 가정과 함께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거실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동참한 것입니다. 물론 가까운 지인의 추천, 소개가 없다면 아파트 거실을 열고 들어오기가 굉장히 어려웠을 것입니다. 아파트 거실에서의 모임은 문턱이 높은 대신에 분명한 장점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개체교회로 세워지기까지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낼 수 있습니다. 사역자 개인으로 보면 일종의 '워밍업'이라고 할 수도 있고, 교회 전체적으로 보면 '모판 만들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낮은 부담

 

우선 저의 경우 아파트 거실에서 모임을 시작했기에 임대료 부담이 없었고, 따라서 큰 리스크를 감내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임대료 부담을 생각하면 목회자 자신의 목회 철학을 고수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부담만 없어도 목회자 자신이 좀 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목회관과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긴 안목을 가지고 사역할 수 있습니다.

 

성도들의 입장에서도 몇 주 정도 교회를 탐색하고, 이 교회로 부르셨는지에 대해 확인해야 하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목회자가 강박감을 떨쳐버리는 만큼 성도들 개인은 부담을 덜 느끼고 천천히 교회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신중한 결정은 여러가지 유익이 있습니다. 당장은 느린 것 같아도 신중하게 결정한만큼 서로 마음이 하나되어 앞으로 교회 개척 사역에 동역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과거에 교회를 옮긴 경험을 해 보았기 때문에 교회를 옮기려는 분들의 마음을 조금 이해하는 편입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사, 혹은 기타 이유로 교회를 옮기려는 분들은 마음속에는 막연한 두려움과 의심, 부담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교회의 모든 사역을 매우 투명하게 하면서, 편안하고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먼저 제 자신부터 부족한 사람임을 알리고 투명하게 하고자 했고, 하나님께서 각 사람의 마음을 열어주시기를 기다리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몇 주간 탐색을 마친 성도들은 스스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경험하고, 성령님의 인도하심 속에서 마음을 더 열고 예배와 교제에 참여하였습니다. 저와 함께 처음부터 모임을 시작했던 성도들도 함께 새로 오신 분들을 편안히 환대하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우리 모두가 하나님께서 각 사람을 부르시도록 기다리는 훈련을 성실히 그리고 기쁘게 받았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저를 비롯하여 교인들 역시 교회가 성장할 것에 대하여 별로 초조해하지 않았습니다. 교인 스스로 교회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부르신 것을 우리는 믿습니다.

 

축제와 쉼

 

가정에서 모임을 시작하면서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주 주일마다 대가족이 모이는 명절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연출되었습니다. 일단 가정이라는 그 환경적 특성때문인지 '학교'가 아닌 '밥집' 분위기가 된 것입니다. 물론 가정에서의 모임은 구성원 상호간에 친밀감이 높은 것이 서로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환대하되 편안함을 유지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물론 그것은 우리 자신의 부패한 본성으로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복음을 참되게 누리면 반드시 마음이 담대하고, 동시에 편안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한 가정, 그리고 몇 달 후에 또 한 가정, 그리고 계절이 지나 또 한 가정이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청년들도 몇명이 정착했습니다. 어떤 분은 이전 교회에서 이명증 발급을 거부당하기도 하셨지만, 이전 교회로부터 이명증을 발급받아 오신 분도 있었습니다. 이명증을 발급받지 못한 분들은 몇개월을 기다려 이 교회로 부르신 것을 확신한 후에야 목회자의 지도를 따라 회원으로 서약하고 가입하였습니다. 이 인원이 20명이 넘으면 우리 교회도 비로소 노회로부터 개체교회 설립 허가를 받을 것입니다. 회원으로 가입하기 전에는 무엇보다도 영육의 밥을 맛있게 먹으면서 잠시라도 쉼을 누리고 가실 수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우리 모임을 '거쳐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마음 편히 쉴 수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대가족같은 명절 분위기 속에서 쉼이 있기를 소원했습니다. 예배, 신앙고백, 시편찬송이 호흡처럼 자연스럽게 되기를 소망했습니다. 그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며 어느덧 새싹이 돋아 서로 연결되어 한 몸을 이루는 광경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자비하신 손길 아래 우리는 스스로 모판이 되고 있었습니다.

 

소개와 추천의 필요성

 

요즘처럼 작은 교회를 엿보는 이단들이 많은 상황에 문턱이 높아 지인의 소개를 받고 찾아오는 구조는 도리어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문턱이 높은 것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는 분이 많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이명증, 혹은 추천서는 교회들 상호간의 유대와 성도 개인의 유익을 위하여 꼭 필요한 것입니다. 지금은 이러한 제도가 이상하게 보이지만 성경에도 자주 나옵니다(행 18:27, 롬 16:1 등). 교부시대에도 교회가 속임을 당할 수 있었기 때문에 추천서를 가지고 온 사람을 영접하였습니다. 초대 교회의 문헌인 디다케(12장)에는 "주님의 이름으로 오는 모든 사람은 환영하되" 그가 정착하기를 바란다면 시험하고, 경계하라고 권면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교회법은 반드시 이명 절차를 거치도록 정함으로서, 스스로 교회를 선택하려는 알미니안적 사고를 경계하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지역 교회에 가입하여 보편적 교회에 연합하도록 성도들을 이끌고 있습니다. 혹 이명증을 받지 않더라도 그를 잘 아는 분과 이야기를 하는 것도 꼭 필요합니다. 만약 이명증이나 소개가 없다면 6개월에서 1년정도 여유를 두고 환대하는 문화 속에서 상호 '시험하고 경계하는' 기간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신중함의 미덕을 배우는 길입니다.

 

이제 한 걸음 더

 

이제 우리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시기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모이는 기도소에서 개체교회로 설립허가를 받도록 발걸음을 지속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회의 회원으로 부르심을 받은 성도들의 명부를 작성해야 하고, 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한 걸음 전진하는 길은 부담이 훨씬 덜합니다. 함께 한 마음으로 교회를 세우는 지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도소 설립에서부터 개체교회로 설립하여 나아가는 이 순서가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왜 교회법에 장년교인 20명을 기준으로 제시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부르심을 받은 지체들이 연합하여 든든한 모판을 만들고 난 후에야 은혜 안에서 강하고 영속적인 교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장년 교인 20명이 높은 기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를 통해 본격적인 교회 설립 허락을 위하여 준비하는 기간은 목회자 자신과 교회를 위해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장년 성도 20명이 서로 신앙이 다르고 연륜이 다르더라도 이들이 서로 환대하고 기다려주는 기간은 이 시대에 더더욱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기다려주고 복음 안에서 하나가 되어 쉼을 누린다면, 비로소 원수가 함부로 틈타기 어려운 '하드웨어'가 형성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후에는 문턱도 낮추고 또 다른 사람들을 환대하며 섬김으로써 지역사회에 뿌리 내릴 단계인 것 입니다. 우리 교회는 아직 모판으로 준비되고 있지만 이처럼 소중한 모판을 마련하고 계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별도의 장소가 아직 없지만 기쁩니다. 이제 인큐베이터에서 나오는 일도 기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개척교회가 가정에서 시작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후원하는 교회가 있거나 개척할 동역자들이 이미 준비되었다면 다른 단계를 밟아 나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찌 되었든지간에 교회가 너무 우후죽순 생겼다가 사라지지 않도록 사역자 스스로 기준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용감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교회를 세우기 위한 그 귀한 헌신을 스스로 너무 가볍게 만들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필요합니다. 개척 자금을 마련하고, 장소를 마련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커다란 십자가 탑과 멋진 인테리어를 위해 애쓰기보다, 한 사람 한 사람 성령 하나님께서 세워가기를 기다리는 것은 우리가 견뎌야 할 중요한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분들이야 말로 함께 교회를 세워나갈 천하보다 귀한 동역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그 기간이 더디다면 도리어 더 단단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반대로 조금 빠르더라도 교회의 머리이신 우리 주님께서 적절하게 세워가실 것이므로 염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너도 나도 쇼핑몰 고르듯이 대형교회를 찾아가는 이 위기의 때에 작지만 너무나도 소중한 ‘바로 그 모판’ 만드는 일부터 우리 개척 사역자들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그 일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 Soli Deo Gl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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